4년 전 희망은 어디로… 대전 ‘청년구단’ 완전 폐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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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식창업지원 공모사업 선정
20억원 들여 추진했지만 끝내 철수
대전시, 유사 지원 실패 사례 다수
“전문가 의견 적극 수용했어야” 지적

대전 동구 원동 중앙메가프라자에 조성된 청년 운영의 푸드코트 청년구단이 모두 철수한 채 집기 등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대전 동구 원동 중앙메가프라자에 조성된 청년 운영의 푸드코트 청년구단이 모두 철수한 채 집기 등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외식창업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었던 대전 동구 원동 중앙메가프라자 3층 청년구단 푸드코트. 28일 3층 매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불이 꺼져 있었다. 계단 사이사이에 써 놓은 ‘절실함은 기적을 만든다’ ‘일본보다 맛있는 돈가스’ 등의 문구는 여전히 선명했다.

3년 전만 해도 손님들로 북적였던 매장에는 쓰다 버린 냉장고와 싱크대, 책상과 의자, 온수기, 자동주문기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파스타, 초밥, 스테이크, 수제 버거, 막걸리 등을 만들던 주방에도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다.

대전 중앙시장 외곽에 있는 이곳은 대전시가 전통시장 활성화와 외식창업 청년 지원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조성한 청년외식몰. 국비 7억5000만 원과 시비 등 20억 원을 들여 2017년 7월 창업했으나 4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 폐업, 이미 예견된 일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사단법인 한국음식문화진흥연구원 이성희 원장(음식칼럼니스트)은 “실적 위주의 청년지원 정책, 비현실적인 컨설팅, 마케팅 부족과 청년들의 전문성 부족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라며 “창업 초창기 전문가들의 지적을 적극 수용했다면 이 지경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업 초기 전문가들은 일본의 라멘박물관, 태국과 싱가포르 등의 성공적인 쿠킹클래스 사례 등을 제시하며 메뉴의 특성화와 다양한 운영 방식을 제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외식창업 전문가는 “대전시와 중기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폐업 원인이 ‘열악한 매장 위치와 코로나19’라고 해명하지만 애초부터 이런 곳에 입주시킨 이유가 무엇이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타 지역 청년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전에서 청년 외식창업 지원 사업이 실패한 곳은 여기만이 아니다. 5억∼7억 원이 투입된 대전 중구 태평동 청년맛잇길, 유천동 청춘삼거리, 서구 한민시장 내 다문화음식특화거리, 대덕구 중리동 달빛야시장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일부 업체는 제2의 매장을 내기도 했으나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 새로운 업종 전환 검토


대전시와 중기부는 한때 인기 TV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졌던 청년구단의 이 같은 폐업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전시와 동구는 5월 폐업 이후 최근까지 10여 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청년구단 운영 방안을 모색해 왔다. 최근에는 외식업이 아닌 청년들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에 대해 민간단체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과 음악, 촬영,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년들을 입주시켜 중앙시장의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 등을 유튜브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콘텐츠는 한복거리 등 주변 상권과 조화를 이루는 분야로 향후 이들 단체의 활동과 가능성을 지켜본 뒤 청년정책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청년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실패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전시#청년구단 푸드코트#완전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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