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무력… 교전하자마자 장악
수도 카불선 정부 언론책임자 희생
“소행이 괘씸해 처단했다” 밝혀
美-英, 아프간 자국민에 철수 권고
미군이 대부분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 반군 탈레반이 8일 북부 주요 도시 쿤두즈와 사르에풀을 점령했다. 앞서 6일과 7일엔 남서부 님루즈주의 주도(州都)인 자란즈와 북부 자우즈얀주의 주도 셰베르간을 손에 넣었다. 3일 만에 4개 주도를 점령한 것이다. 5월부터 시작된 미군 철수 작업 이후 주도가 점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영국은 아프간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8일 가디언,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쿤두즈주의 주도인 쿤두즈에서 주요 시설을 차지하고 도시를 장악했다. 전날엔 자우즈얀주의 주도 셰베르간을 점령했다. 탈레반은 6일 이란과의 접경지역에 있는 자란즈를 전투 시작 3시간 만에 점령했다. 님루즈주의 한 관리는 가디언에 “탈레반이 님루즈주의 모든 곳을 점령했다”면서 “정부군은 다른 지방으로 도망치거나 탈레반에 항복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이 지역을 장악하자 약 3000명의 주민들은 국경을 맞댄 이란으로 피란을 떠났다.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11테러 20주년을 맞는 올해 9월 11일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뒤 탈레반의 공세는 연일 거세지고 있다. 탈레반은 시골 지역을 먼저 점령한 뒤 주요 도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탈레반이 차지한 지역에서는 약탈과 탈옥이 벌어지는 등 치안이 무력화되고 있다. 탈레반은 교도소에 갇힌 탈레반 측 수감자들을 풀어주기 위해 교도소를 습격하고 있다. 샤후사인 무르타자위 아프간 대통령 보좌관은 “탈레반은 ‘약탈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7일 다와 칸 메나팔 정부 미디어센터장을 카불의 모스크에서 암살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메나팔의) 소행이 괘씸해서 우리 전사들이 처단했다”고 했다.
아프간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미국과 영국은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영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아프간 내 모든 영국인은 지금 바로 아프간을 떠나라. 우리가 비상시기에 당신들을 탈출시킬 수 있다고 믿지 말라”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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