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한미훈련 축소’ 정식 하달… 北 중단압박에 ‘무늬만 훈련’ 될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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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훈련에선 실전처럼 병력 늘려… 이번엔 핵심 부대조차 증원 않기로
1부 방어-2부 반격 시나리오는 유지, 전작권 전환 등 제대로 검증 힘들듯
한미 정보당국, 北 도발여부에 촉각… ‘대남타격용 단거리 미사일’ 쏠수도

군이 16일부터 본훈련을 시작하는 한미 연합훈련(연합지휘소훈련·CPX)의 축소 시행 방침을 예하 부대에 정식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 상반기 훈련 때보다 참가 병력이 크게 줄고, 참가 부대의 참여 수위도 최소화하는 내용이어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훈련 중단 압박을 의식한 ‘무늬만 훈련’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작전사급도 증원 인력 없이 현 인원만 참가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6일 예하 부대에 하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의 축소 시행 방침을 하달했다. 작전사령부급 부대가 훈련을 위한 증원 인력을 운용하지 않고 현 인원만 훈련에 참가하는 한편 사단급(해군은 함대급, 공군은 비행단급) 이하 부대도 참가 수준을 최소화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통산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는 작전사급 이하 모든 부대가 전시(戰時) 편제로 전환돼 참가해 왔다. 부대별로 평시보다 인력을 대폭 늘린 ‘전투참모단’을 구성해 실전과 같은 시나리오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미 본토에서 증원 병력이 참가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이번 훈련에는 전쟁 수행의 핵심축인 작전사급 부대조차 증원 인력을 운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단급 이하 부대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훈련에 응답만 하는 ‘대응반’만 가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전부대의 참가 수위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올 상반기 연합훈련과 비교해 참가 병력 등의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 셈”이라며 “실기동훈련은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부대는 이미 훈련에 대비해 전투참모단 편성을 완료한 상태에서 상부의 축소 지시를 받고 참가 인원을 재편성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한국군의 증원 인력이 사실상 불참하면서 미군 측 증원 인력의 참가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는 참가 병력은 줄어도 1부(방어), 2부(반격)로 진행되는 훈련 시나리오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연합훈련으로 전시 대비태세 점검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이 재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는 그간 관례에 따라 훈련 당일(16일) 북한-유엔사령부 간 직통전화를 통해 북측에 훈련 일정과 성격 등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남북 통신연락선이 1년여 만에 복구된 지난달 27일 군산기지의 미8전투비행단이 F-16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한 주야간 긴급출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방부가 훈련 영상을 북한 김여정의 훈련 중단 압박이 있었던 1일에 맞춰 공개한 점에서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SLBM보다 단거리 미사일 도발 가능성 주시
한미 정보당국은 연합훈련 기간 북한의 도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여정의 으름장이 현실화할 경우 올 3월 한미 훈련 때 쏜 대남 타격용 신종 무기나 순항미사일 등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것으로 한미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발사 준비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에 실패 위험이 있는 신형 무기를 쏘는 모험을 강행할 확률이 낮다는 것.

2019년에 쏜 북극성-3형(SLBM)을 또다시 발사하는 것은 ‘핵무력 진일보’와 거리가 멀고 강력한 핵 타격 수단인 SLBM 도발은 통신연락선 복구로 마련된 남북, 북-미 협상판을 뒤엎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북한이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미 당국은 성능이 입증된 대남 타격용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수위를 조절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연합훈련 기간 정찰위성을 비롯해 주일미군과 괌의 신호정보수집기 및 무인정찰기 등 대북 감시전력을 증강 운용해 휴전선 일대와 북한 동서 및 내륙의 이동식발사대(TEL) 기지 동향을 밀착 감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미훈련#북한압박#무늬만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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