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000만 원 이하의 대출 원리금을 연체했다가 올해 말까지 다 갚은 개인은 신용도 하락이나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연체된 빚을 상환한 이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신용 사면’이 추진되는 것이다.
이미 대출 만기 연장 등 각종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금융정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1일 은행, 보험, 여신, 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과 개인사업자가 2000만 원 이하의 채무를 연체했다가 전액 상환했다면 연체 이력을 금융회사끼리 공유하지 않고 신용평가사도 이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는 연체 이력이 잠시라도 있으면 금융권에 공유돼 신용점수가 하락하고 대출 금리가 오르거나 대출이 거절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연체 이력 공유를 차단해 연체자들을 구제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이후 연체가 발생했고 올해 말까지 상환을 마친 대출이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와 기준 등은 12일 발표된다. 은 위원장은 “그동안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비해 개인에 대한 금융 지원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연체 발생 이후 전액 상환한 채무를 대상으로 하면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연체가 발생한 분들 가운데 성실하게 상환해 온 분들에 대해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도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된 236만 명 중 약 10만 명의 연체 이력을 삭제해 준 적이 있다.
금융업계는 신용 사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용평가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 이력을 공유하지 않는 건 사실상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것과 같다”며 “리스크를 떠안게 된 금융사들이 다른 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치가 경제 사정이 어려우면서도 금융사 여러 곳에서 빚을 내는 ‘다중채무자’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처럼 신용 사면 혜택을 받는 연체액 기준 2000만 원을 두고도 대출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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