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줄기세포로 ‘미니 뇌’ 만들어
실제와 유사한 세포변화 최초 확인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 활용 가능
국내외 연구진이 파킨슨병에 걸린 뇌와 똑같은 ‘아바타 뇌(미니 인공 뇌·사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뇌 조직은 다른 장기와는 달리 환자로부터 직접 생체조직을 얻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인간의 뇌 조직 연구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만든 미니 뇌를 활용하면 퇴행성 뇌질환의 진행과 치료제 투여 뒤 변화 과정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어 질병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DUKE-NUS) 제현수 교수와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 조중현 박사, 서울대 의대 이승재 교수 연구팀은 인간 줄기세포로 제작된 미니 중뇌인 아바타 뇌에서 세계 최초로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과 루이소체 형성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의 증상이다. 손이 떨리고 결국엔 근육이 굳는 파킨슨병에 걸리면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된다. 또 루이소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된다. 연구진은 콩팥 모양의 미니 뇌를 파킨슨병에 걸린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효소 부족으로 비장이 비대해지는 유전병인 고셰병 환자들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히 파킨슨병을 40, 50대에 조기 발견한 환자 중 5% 정도가 고셰병을 앓고 있다. 이들 환자의 피부와 혈액에서 뽑아낸 유도만능줄기세포(다양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3, 4개월 동안 키운 뒤 팥알 크기만 한 아바타 뇌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인공 뇌를 활용해 루이소체를 응집시키는 기전을 확인한 뒤 파킨슨병 치료제를 만드는 후속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제 교수는 “뇌 질환 연구는 대부분 실험용 쥐나 초파리를 사용하거나 세포 단위 실험에 그치는데 사람의 뇌는 다른 동물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미니 뇌인 아바타 뇌는 아직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인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저자인 조 박사는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뿐 아니라 한국에 아직 생소한 루이소체 치매 등 루이소체와 연관된 다른 퇴행성 뇌 질환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해당 분야 권위지인 미국 ‘신경학연보’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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