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내가 산 땅 ‘남의 묘’… 임의로 못 옮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03시 00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 등
일정 조건 충족땐 분묘기지권 인정
2001년 1월 이후 설치는 인정안해
분묘기지권 있어도 사용료 내야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지인으로부터 충남 소재 1300m² 규모의 농지를 소개받았다. 등기부등본 등 각종 공부(公簿)로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고 현장에 직접 가본 결과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그는 지난해 여름 이 땅을 매입했다.

그런데 올봄 농작물을 심으러 갔다가 매입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분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소문 끝에 분묘의 주인을 찾아 개장(改葬·무덤을 옮김)을 요구했다. 분묘의 주인은 분묘를 설치한 지 20년이 넘어 ‘분묘기지권’이 생겼다며 개장을 거부했다. A 씨는 해당 분묘를 개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토지 소유자일지라도 남의 분묘를 임의로 개장하거나 옮길 수 없다. 남의 땅에 묘를 썼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분묘기지권(남의 땅에 묘를 썼더라도 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분묘기지권이 성립되는 경우가 세 가지다. 첫째,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다. 둘째, 자신이 소유하던 땅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분묘에 관해서 별도의 특약을 정하지 않고 해당 땅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평온하게 또는 공연(公然)하게 점유한 경우다. 즉, 폭력이나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 땅을 강제로 점유한 게 아니고(평온), 소유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20년 이상 점유했다면(공연) 분묘기지권이 생긴다는 뜻이다. 다만 20년 이상 점유를 통한 분묘기지권은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분묘기지권의 존속 기간은 당사자 간 약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권리자가 분묘를 돌보는 기간 동안은 그 권리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

토지 소유자의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했거나, 분묘를 설치한 지 20년 미만이거나, 20년이 지났더라도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한 경우라면 분묘기지권이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 토지 소유자가 그 분묘를 개장할 수 있다.

다만 분묘를 개장하기 전에 그 사실을 최소 3개월 전에 분묘의 설치자나 권리자에게 알려야 한다. 분묘의 설치자나 권리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면 개장 사실을 3개월 이상 공고해야 한다. 공고 기간이 끝난 뒤에도 분묘의 설치지나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장한 뒤 화장한 유골을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그 사실을 관할 시청에 신고해야 한다.

A 씨 땅에 있는 분묘는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분묘 설치 시점이 2001년 2월로, 20년 이상 점유를 통해 분묘기지권을 인정받는 시점(2001년 1월 13일) 이후라 A 씨는 해당 분묘를 개장할 수 있다.

참고로 남의 땅에 분묘를 설치해 분묘기지권을 인정받았더라도 토지 소유자가 사용료를 청구하면 분묘의 권리자는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구체적인 비용은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거나 법원의 결정에 따르며, 땅값 변동에 따라 증감도 가능하다. 사용료를 2년 이상 연체하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을 통해 사용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분묘의 권리자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없다.

#고준석의 실전투자#분묘기지권#분묘기지권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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