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원전 끼고 살았는데 방산업체까지…” 뿔난 기장군 주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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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害 시설은 기장군에 설치하나”
2025년까지 이전 계획에 주민 반발
오규석 군수는 시청앞에서 1인 시위
내달까지 사업 백지화 이끌어내기로

방산업체의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전 추진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전 기장군청 3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장군 일광면 풍산금속 이전 반대대책위원회’ 회의 모습.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방산업체의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전 추진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전 기장군청 3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장군 일광면 풍산금속 이전 반대대책위원회’ 회의 모습.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신도시가 조성 중인 일광면에는 학교를 더 세워야 한다. 맹독성 물질인 청산가리가 나온다는 방산업체를 일광면에 입주시키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김대군 기장군의회 의장)

“원자력발전소와 각종 산업단지 등 위험시설을 수십 년간 떠안았으면 충분하지 않나. 박형준 부산시장의 정책 슬로건이 ‘시민을 행복하게’ 아니었나. 일광면 주민은 부산 시민도 아니란 말인가.”(기장군 이장협의회 관계자)

20일 오전 부산 기장군청 3층 브리핑룸은 방산업체인 ㈜풍산의 일광면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로 성토의 장이 됐다. ‘결사반대’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른 기장군의회 의원과 일광면을 비롯한 5개 읍면 대표 등 20여 명은 “이번만큼은 주민의 뜻을 관철시키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장군 일광면 풍산금속 이전 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 첫 회의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대책위는 2시간 가까이 기장군 공무원과 함께 그간의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있는 풍산의 사업장 이전이 추진된 것은 2019년 12월부터. 부산시는 풍산 부지 102만 m² 일대를 인공지능(AI)과 로봇산업 등 신성장 허브로 조성하는 ‘센텀 2지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부터 시와 풍산은 부산 시내 10여 곳을 이전 후보지로 검토했다. 지난해 10월 풍산은 일광면 화전리 일대 85만5200m²를 핵심 이전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꼽은 데 이어 최근 투자의향서를 시에 제출했다. 이전 예정지가 확정되면 2025년까지 이전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군민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고리원전은 물론이고 11곳에 산업단지가 조성됐으며, 산업폐기물 매립장도 설립이 검토되고 있어서다. “부산 시내에 설치하지 못하는 주민 위해(危害) 시설은 모두 기장군에 떠넘기려는 처사”라며 반발하는 것이다.

기장군도 주민들과 함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풍산 공장 이전 검토 지역 주변에 주민 8만 명의 정관신도시와 2만5000명의 일광신도시가 있어 방산업체 이전 후보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 지역 대부분이 보전녹지라 자연환경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18일부터 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인 시위는 이전 백지화가 될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오 군수는 “40년 넘게 원전을 끼고 고통받았는데 방산업체까지 떠안을 수 없다. 17만6000명의 군민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책위와 기장군은 투자심의 등 공장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다음 달 이전에 ‘풍산 사업장 일광 이전 백지화’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460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인 지역 기업의 사업장을 주민 반발로 타 지역으로 보내면 일자리 감소 등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방산업체 특성상 일정 반경 내에 민가가 없어야 하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해 부산에선 기장 외에 다른 대체 부지가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제2센텀추진팀 관계자는 “방산업체라 하지만 여느 산업단지 내에 입주해 있는 사업장처럼 크게 위험하지 않다.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원전#방산업체#기장#뿔난 기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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