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1명이 생활치료센터 환자 200명 돌봐 “진료 역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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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경증 환자 머무는 시설… 입소자 몰리는데 의료인력 태부족
공보의 “매일 24시간 응급대기도”… 역학조사서만 보고 경-중증 판단
경력 짧고 업무 폭증에 오진 우려… “응급상황에도 병원 못 옮겨 아찔”

“최근 2주간 혼자서 휴가 없이 24시간 근무했습니다. 센터 내 병상은 꽉 찼고요.”

무증상·경증 환자가 머무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공보의)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업무가 크게 늘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A 씨가 근무하는 생활치료센터는 150병상으로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5∼7명의 의사를 둬야 하지만 의사는 A 씨 혼자였다. A 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 센터에 의사가 1명만 배치돼 쉬는 날 없이 매일 24시간 응급대기 상태였다. 간호사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버텼는데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했다.

공보의는 병역 의무를 대신해 3년간 임기제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하는 의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공보의 중 상당수는 생활치료센터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생업을 겸하는 민간 의사와 달리 센터 내에 숙식하며 환자들을 돌본다. 임진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보건지소 등에서 파견된 공보의들은 24시간 센터에 머물다 보니 의료 민원 및 응급상황 대응 등 의료 업무의 상당 부분을 맡는다. 전국 생활치료센터 의사 업무의 80∼90%는 공보의가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보의는 의대를 갓 졸업한 20대 후반 의사가 대부분이다. 실무 경험이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최근 폭증하는 업무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영남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약 2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B 씨는 하루에 20건가량 들어오는 역학조사서를 바탕으로 환자의 입소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생활치료센터 의사들은 환자가 적어낸 조사서를 바탕으로 경·중증을 판단해 센터에 입소시킬지, 중증 환자로 분류해 병원 입원을 보낼지 판단해야 한다. B 씨는 “최근 입소자가 크게 늘면서 증상이 심한 환자 숫자도 확연히 늘었다. 혹시라도 중증 환자가 입소하게 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원칙인 생활치료센터에선 공보의들이 환자를 직접 보며 진료하는 데 제약이 많다. 특히 확진자들이 역학조사서를 제대로 적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위한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B 씨는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데 조사서에 적지 않거나, 증상을 두루뭉술하게 적는 경우가 많아 면담 때 일일이 다시 체크를 해야 한다. 입소 후 면담을 해보니 증세가 심각해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은 “우울증 약을 먹는 환자가 있었는데 이걸 알리지 않고 있다가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센터 내에서 난동을 부렸다. 밤늦게 급히 약을 구해서 진정시켰다”고 했다.

응급 상황에서 병원 전원이 안돼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다수 일선 병원에서도 병상 부족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한 환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엑스레이상으로 폐렴 소견이 보였는데 병원 배정이 도저히 안돼서 만 하루 동안 전원이 지연된 적이 있다. 다행히 다음 날 증세가 호전됐지만 무슨 일이 생겼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과 충남 아산에서 생활치료센터 내 사망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센터 내 의료진들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느냐”고 묻는 공보의들의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B 씨는 “환자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혹시나 환자가 잘못돼 부실 진료로 덤터기를 쓰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공중보건#생활치료센터 환자#진료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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