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IS-K, 자폭테러… “미군13명 포함 최소170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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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불 테러] 美 철군시한 5일 앞두고 발생
IS “미군 협력자 겨냥했다” 주장… 바이든 “대가 치를 것” 보복선언
美, 난민 수송기 테러 타깃 우려

IS 테러까지… 공포에 질린 아프간인들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로 다리 등을 다친 남성이 차량에 누워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가 이날 벌인 자살 폭탄테러로 미군 13명과 카불을 떠나려고 공항 주변에 모여 있던 아프간인을 비롯해 최소 10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이 공언한 철수 시한(31일)을 닷새 남기고 테러가 벌어지면서 아프간 내 미군 철수와 서방 국가에 협력한 아프간인 구출 작업도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카불=뉴욕타임스·펜타프레스
IS 테러까지… 공포에 질린 아프간인들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로 다리 등을 다친 남성이 차량에 누워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가 이날 벌인 자살 폭탄테러로 미군 13명과 카불을 떠나려고 공항 주변에 모여 있던 아프간인을 비롯해 최소 10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이 공언한 철수 시한(31일)을 닷새 남기고 테러가 벌어지면서 아프간 내 미군 철수와 서방 국가에 협력한 아프간인 구출 작업도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카불=뉴욕타임스·펜타프레스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CNN 등 여러 매체들은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최소 90명이 사망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미국 CBS뉴스는 아프간 보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최소 170명이 숨졌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 시한(8월 31일)을 닷새 남기고 우려했던 테러가 현실화하면서 현지 상황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추가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돼 아프간 현지에 자국민들이 남아 있는 나라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테러 세력을 향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외신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경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게이트 바로 앞과 이 게이트에서 250m가량 떨어진 바론호텔 인근에서 잇따라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BBC에 따르면 애비게이트 앞에서는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이 목격됐다. 호텔 주변은 폭탄을 실은 차량을 이용한 테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의 폭탄 테러 사이에는 총격도 잇따랐다.

이번 테러로 해병대원 10명을 포함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측도 이번 테러로 최소 28명의 대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극도의 혼란으로 피해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아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탈레반은 아프간 내 미국인들의 탈출에 협조해왔고 IS와는 2015년부터 충돌을 빚어온 적대관계라고 전했다. 이번 테러가 탈레반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IS도 아랍권 언론인 아마끄 뉴스통신을 통해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 조력자들을 노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테러범을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다음 타깃은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수백 명의 피란민을 태운 수송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는 아직 1000명가량의 미국인이 남아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테러를 규탄하며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30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했다.

“테러 현장, 최후의 날 같았다… 회오리속 비닐처럼 사람 날아가”
참혹했던 카불공항 테러 순간
탈출 대기 수천명 인파 속 폭발음… 사방에 시신 널리고 비명 가득
날려간 희생자 배수로에도 쌓여… 폭발 직후 총격 소리에 혼비백산
병원 영안실 꽉 차고 밤새 수술


26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 중 손을 모은 채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다. 그는 희생된 미군 유가족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목이 메기도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26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 중 손을 모은 채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다. 그는 희생된 미군 유가족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목이 메기도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26일(현지 시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는 참상이 빚어졌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항 주변으로 연일 수천 명이 몰려들고 있던 가운데 이날 오후 6시경 공항 동문과 남문 사이에 있는 애비게이트 근처 인파 속에서 자살테러범의 폭탄이 고막을 찢는 폭음을 내며 터졌다. 잠시 뒤 애비게이트 폭발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바론호텔 근처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강력한 폭발로 사람들이 날아갔고, 거리는 순식간에 비명과 절규로 가득 찼다.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회오리바람 속 비닐봉지처럼 사람들의 몸이 날렸다. 폭탄이 터진 곳에는 남녀노소의 몸이 흩어져 있었다”며 “마치 ‘최후의 날(doomsday)’ 같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게이트 앞에서 10시간 줄을 섰다는 아프간 남성은 “누군가가 내 발 밑에서 땅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고 폭발이 있던 당시의 위력을 전했다. 밀라드라는 이름의 남성은 “순식간에 사방에는 시신들이 즐비했고 완전히 공황상태가 됐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추가 테러를 우려한 사람들은 폭탄이 터진 반대 방향으로 우르르 뛰었다. 폭발이 있은 직후 총격도 있었지만 누가 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과 외신에 따르면 테러 현장의 참혹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피가 흐르는 길 위에는 희생자들의 가방과 물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영상 속 희생자들의 흩어진 주검은 소지품들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폭발로 날아간 희생자들의 시신은 공항 담과 좁은 길 사이 배수로에도 쌓였다. 아프간 축구 국가대표팀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의 시신이 한 소년의 시신과 함께 물에 잠긴 채 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하마드 샤 씨는 피란하려는 친구와 함께 공항에 갔다가 테러를 목격했다. 샤 씨의 친구는 최근 결혼하려고 프랑스에서 입국했다가 아프간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공항 게이트 주변에 몰린 인파를 뚫고 가는 친구를 멀리서 보고 있던 중에 폭발음이 들렸다. 샤 씨는 “배수로가 시체로 가득했다”면서 “샌들을 보고서야 친구의 주검을 가려내 부모님께 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살아있는 이들은 가까스로 팔을 움직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사람들은 쓰러진 이의 생사를 확인하며 부상자를 구조하고 폭발로 훼손된 주검을 수레에 실었다. 넋이 나간 듯 멍한 채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곧 도착한 구급차들이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를 실어 날랐다. 한 아프간인 생존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다섯 살 여자아이를 안아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내 품 안에서 죽었다”고 했다. 비정부 의료지원단체 대표인 로셀라 미치오는 알자지라에 “폭발력이 어마어마했다. 사지가 산산조각이 나고 뼈가 부러졌다. 파편에 맞은 부상자와 희생자들이 잇따랐다”고 했다. 카불의 병원 영안실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수술이 밤새 이어졌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들이 병원으로 몰렸다.

폭탄 테러가 벌어진 애비게이트는 피란하려는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신원 확인 절차가 이뤄지는 공항의 주요 출입구다. 프랑스24는 애비게이트가 “피란민이 모여드는 미팅(meeting) 포인트”라고 했다. 테러 발생 불과 몇 시간 전 위성사진과 동영상은 이 공항 게이트 근처 외벽과 주변 건물 사이의 넓지 않은 길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론호텔 역시 미국인과 영국인 등 아프간을 떠나려는 이들이 모여 머물렀던 곳이다. 아프간인들은 “테러가 우려되니 공항 주변을 떠나라”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그러지 못했다. 탈레반은 전날 “아프간인은 공항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아프간 카불 테러#is#자살폭탄 테러#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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