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31일 아마존과 제휴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공식 오픈했다. 디월트(DeWALT) 정비용 공구 키트, 유코피아 티 정리함 등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던 제품부터 도서까지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수천만 개의 상품을 바로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아마존의 첫 국내 진출인 데다 무료 배송, 오픈 기념 최대 50% 할인 등의 혜택이 더해지며 첫날부터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을 뒤흔들 파급력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실망스러운 목소리도 나왔다.
○ “직구 편리해졌다” vs “상품 구성은 미흡”
서울 서초구의 임모 씨(37·여)는 31일 11번가 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오메가3, 종합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를 구입했다. 상품 검색부터 결제 과정까지 이전에 사용해 왔던 해외직구(직접구매) 대행 사이트보다 훨씬 편했다. 임 씨는 “각종 리뷰가 한글로 번역돼 있는 점이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반면 아마존의 국내 상륙을 기대했던 최모 씨(32)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제품이 ‘최저가’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마존 핫딜’ 등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최저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최 씨는 결국 국내 이커머스에서 관련 제품의 가격을 따로 검색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대한 만족감은 해외직구 경험 유무에 따라 달라졌다. 한 번이라도 직구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최근 해외직구 대행 사이트를 통해 골프 브랜드 PXG 퍼터를 구입했던 김모 씨(31)는 이날 똑같은 퍼터를 2개 더 구입했다. 그는 “아마존 구입이면 ‘리셀’ 프리미엄도 더 불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아마존의 직매입 상품의 일부만 판매하다 보니 상품 구색이 부족한 데다 국내보다 비싼 제품도 다수였다. ‘마샬(Marshall)’의 ‘Kilburn II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은 통관 대행료 등을 더하면 41만3050원이었다. 네이버쇼핑 검색 기준 최저가인 33만 원보다 비싸다. 직구보다는 편하지만 최저가 비교, 추천 상품 등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사용자경험(UX)도 낯설다는 평이 나왔다.
○ 국내 소비자 눈높이 맞추는 게 관건
이번 아마존의 국내 진출로 해외직구 시장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직구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조9717억 원이던 해외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4조677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2분기(4∼6월) 해외직구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22.6% 늘어난 1조1212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직구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아마존의 선전이 기대되는 맥락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상륙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 변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직구 경험이 없는 신규 소비자까지 유입시키기에는 가격이나 배송, 화면 구성 등에서 ‘아마존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마존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빠른 배송’ 등은 이미 국내 이머커스 업계가 선점한 어젠다”라며 “미국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진 최근 미국 아마존 직매입 상품이라는 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