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법 협의체 구성’ 내놨지만… “징벌적 손배 유지”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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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 폭주 일단 중단… 불씨 여전
與 “26일까지 합의 못하면 원안대로”
野 “독소조항 없애야” 충돌 불가피
내부선 “처리 시한 못박은건 잘못”
침묵하던 文 “피해자 보호” 첫 입장… 野 “이제 와 입장 발표, 국민 기만”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미룬 가운데 8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나머지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본회의장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박병석 국회의장. 사진공동취재단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미룬 가운데 8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나머지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본회의장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박병석 국회의장. 사진공동취재단
여야가 민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한 달 더 논의하기로 하면서 여당의 ‘입법 폭주’도 31일로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는 듯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협의체가 꾸려지기도 전부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유지돼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를 없애겠다”고 벼르고 있어 개정안 내 독소 조항을 둘러싼 파국의 불씨는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다.

○ 차선책으로 꺼낸 협의체 카드
지난달 30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개정안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우세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끝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물밑에서 ‘협의체’ 카드를 검토했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 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안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했다. 이후 송영길 대표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협의체가 대안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여기에 청와대도 이날 뒤늦게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이어지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 지도부의 협의체 제안에 더 힘이 실렸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보낸 서한이 전달된 점도 지도부의 입장 선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전방위적 우려 속에 윤호중 원내대표가 결국 이날 밤 마지막 원내 회동 자리에서 협의체 구성안을 제안했다는 것. 여당 관계자는 “지난해 임대차 3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처럼 ‘독주 프레임’으로 비치면 대선을 앞두고 4·7 재·보선 패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했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내내 묵묵부답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31일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의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신적·물질적·사회적 피해로부터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구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콕 집어 암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이제 와 뒷북 입장을 발표하는 건 또 다른 이름의 무책임이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 독소조항 놓고 여야 재충돌 불가피

이달 27일까지 약 한 달간의 ‘명분 쌓기’용 시간을 번 민주당은 벌써부터 개정안 내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을 사수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현) 개정안의 내용 안에서 수정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틀 자체를 없애는 등 우리 당의 기본적 원칙을 가지고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 삭제를 놓고도 민주당은 “법안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한 반면에 국민의힘은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은 이미 원내대표 회동에서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야당 내에서는 “합의 시점을 못 박아둔 탓에 오히려 민주당에 강행처리 명분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합의 시점만 한 달 늦춘 것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를 묻는 질문에 “협의체에서 합의가 안 되면 진짜 (원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원점으로의 복귀 가능성도 예고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입법 폭주 중단#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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