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불합리한 공무원 채용면접 시스템 개선해 제2 피해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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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임용시험 응시자
면접 탈락 충격으로 비관해 숨져
“면접 당시 구체적인 상황 몰라”
응시생 부모 한달째 1인 시위

31일 부산시교육청 임용시험에 응시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이모 군의 아버지가 시교육청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군의 가족은 8월 4일부터 매일 이 자리에 나와 “불합리한 공무원 면접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31일 부산시교육청 임용시험에 응시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이모 군의 아버지가 시교육청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군의 가족은 8월 4일부터 매일 이 자리에 나와 “불합리한 공무원 면접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공무원시험 최종 불합격이 억울해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닙니다. 채용 면접 시스템의 불합리함 때문입니다.”

부산시교육청 경력경쟁 임용시험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모 군(19)의 아버지 이동현 씨(59). 31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이 씨는 기자에게 “더 이상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 씨는 8월 4일부터 한 달 가까이 아내와 번갈아가며 오전 7시 반부터 두 시간 동안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당한 공무원 채용 면접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만이 하늘로 떠난 아들의 억울함을 푸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서다.

이 씨의 아들은 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기술직군 필기시험 합격 후 7월 17일 최종면접을 봤다. 같은 달 26일 채용사이트에서 오전 10시 ‘최종 합격’이라는 글을 확인했다. 이 안내문은 10여 분 만에 사라졌고, 이후 채용사이트에는 ‘최종 불합격’으로 안내됐다고 이 씨는 밝혔다. 시교육청은 전산 시스템 오류로 전 응시자가 ‘최종 합격’으로 분류됐다고 해명했다.

이 군은 이 과정에 의문을 품고 시교육청을 찾아가 문의했다. 확인 결과 이 군이 응시한 직군에 5명이 면접을 본 뒤 3명이 최종 합격했다. 필기시험 성적 3위였던 이 군은 탈락했고, 필기시험 5위였던 응시자가 합격했다.

현행 공무원 채용면접은 국가직·지방직 구분 없이 공직자의 자세와 전문성, 창의력 등 5개 질문에 대한 답을 상중하로 나눠 평가한다. 면접관 과반이 5개 항목을 모두 ‘상’으로 평가하면 필기시험 순위에 관계없이 ‘우수’로 무조건 합격이다. 하지만 면접관 과반이 5개 중 2개 이상 항목을 ‘하’로 평가하면 ‘미흡’으로 필기 성적이 상위라도 탈락이다. ‘보통’은 필기 성적 순으로 합격시킨다.

이 군보다 필기시험 성적이 낮았던 응시자가 ‘우수’를 받으면서 이 군은 최종 순위가 밀려 탈락한 것이다. 이 군은 현행 면접 시스템에 절망감을 느꼈고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가족은 설명했다. 이 씨는 “또 응시하면 된다며 달랬으나 아들이 필기시험을 아무리 잘 쳐도 면접에서 탈락할 수 있는 현재의 면접 시스템을 수긍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행정·기술직 등 전 직군이 15개 조(조당 10∼15명)로 나뉘어 면접을 봤는데, 1∼14조까지는 ‘우수’가 1명도 없었다. 왜 아들이 속한 15조에서만 ‘우수’가 2명이나 나와 아들이 떨어졌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면접에 부당함이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해 달라고 시교육청에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또 이 씨는 응시자 1인당 10분여를 할애해 5개 문제를 상중하로 평가하는 이 시스템이 잘못됐다고도 했다. 이 씨는 “짧은 시간에 응시자의 경력을 정확하게 판단해 공무원이 될지 가부를 결정지을 능력과 권한이 과연 면접관에게 있는가”라며 “면접 과정에서의 불순한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여느 사기업처럼 긴 시간 실무·임원 면접 등 심층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공무원임용령 등 현행 공무원 채용시스템에 따르면 ‘우수’ ‘보통’ ‘미흡’으로 나뉘는 면접 평가 항목 중 미흡에 해당할 경우에만 면접관이 그 사유를 적도록 돼 있다. 우수와 보통에 대해서는 의무사항이 없다. 이 때문에 필기시험 성적이 이 군보다 뒤처졌던 응시자가 면접에서 ‘우수’ 평가를 받고 이 군을 제치고 합격할 수 있었던 경위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인사담당자는 “예전부터 필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면접에서 탈락한 이들이 사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 면접관이 재량으로 ‘우수’를 평가하면 구체적인 사유를 다시 물을 수 없는 여건이다. 필기시험 합격선의 1배수에 들었던 응시자는 면접에서 ‘미흡’ 평가를 받지 않는다면 최종 합격 처리하는 등 융통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내년 6월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후보 6명도 이날 시교육청에서 이 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허술한 부산 교육행정이 죽음을 불렀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교육청#임용시험 응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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