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무릎 높이의 로봇이 시속 5km로 보도를 누빈다. 행인이 등장하자 방향을 틀고, 횡단보도에선 녹색 신호 때까지 운행을 멈춘다. 불규칙한 노면이나 높은 턱도 안정감 있게 통과. 1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한 로봇은 성공적으로 ‘치킨’을 전달하며 임무를 마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 서울 도심에서 이 같은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고 로봇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식음료, 유통, 정보기술(IT) 등 각 업계가 배달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로봇 플랫폼 뉴빌리티는 치킨 프랜차이즈 네네치킨과 로봇 배달 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두 회사는 내년 상반기 서울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구)를 시작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 인공지능(AI) 배달로봇 ‘뉴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배달로봇 ‘뉴비’에는 360도 촬영이 가능한 전방향 카메라, 이미지 촬영 등을 위한 10여 대의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돼 주변 정보를 수집한다. 다양한 센서 기술을 융합해 고층 건물이 많은 복잡한 도심이나 눈, 비 등이 오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추정하고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다. 라이다(LiDAR)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에 비해 개발비용이 10분의 1 수준이어서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체 관계자는 “내년에는 치킨을 담은 자율주행 로봇이 배달하는 모습을 고객들이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급팽창하고 기술력이 뒷받침되면서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까지 로봇배달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배달로봇 ‘딜리’를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2019년 말 서울 건국대 캠퍼스를 시작으로 최근 서울 영등포 주상복합, 광화문 D타워, 경기 앨리웨이 등에 딜리를 배치했다. KT는 올해 4월 광화문 사옥에 우편배송을 담당하는 로봇을 배치했고 최근에는 몇몇 음식점과 호텔 등에서 ‘서빙 로봇’을 활용 중이다. 편의점 업계도 배달로봇을 일부 도입하거나 배치를 준비 중이다.
사람의 업무를 도와주는 보조수단에 불과했던 로봇은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정보전달 시스템)부터 배달까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향후 AI와 자율주행 등으로 영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시장 규모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글로벌 AI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 약 35조 원에서 2024년 약 138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기술력으로 안정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영상관제 시스템이 실시간 로봇을 제어하도록 해 안정성을 높였다. 비, 바람 등 주행 관련 요소를 극복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펼쳐질 ‘배달로봇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법률 등 규제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에 따르면 물건을 배달하는 주체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로봇 업체들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도로교통법이나 개인정보 관련법도 기술 발전 속도에 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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