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5총선 직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서울 송파갑 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보도를 둘러싼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윤석열 게이트”를 부각하며 총공세에 나섰고, 여권 대선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의 대선 후보 사퇴까지 거론하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까지 윤 전 총장을 비판하며 사태가 커지자 윤 전 총장은 이날 직접 나서 “증거를 대라”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 與 “윤석열 게이트, 사퇴하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후보직을 내려놓고 국민 앞에 소명하라”며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는 즉각 합동 감찰에 나서야 한다. 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 등 강력한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번 사태는 제2의 국정농단”이라며 “윤 전 총장을 보호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모든 민주개혁진영이 공동 대응을 모색하자”며 “빠른 시간 안에 우리 당 대선 후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쿠데타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대형 게이트”라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즉각 후보직 사퇴는 물론이며 응당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대검 감찰부는 즉시 증거 확보에 나서고 공수처는 증거 인멸이 완료되기 전에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게이트”라며 “우리나라 검찰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도 공세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자신을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비유한 윤 전 총장을 향해 “그러지 마시고 부인의 주가 조작 사건과 본인의 ‘청부 고발 의혹’ 사건에나 잘 대비하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검찰총장이 모르는 상태에서 중간 간부들이 (사주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윤 전 총장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를 열기로 해 또 한 차례 강한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모든 의혹의 당사자들을 출석시켜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 가운데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 중인 권성동, 윤한홍 의원은 이날 회견을 열고 “황당무계한 가짜 뉴스이자, 범여권의 정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 “고발장 직접 넘겼다” vs 김웅 “기억 없다”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이진동 발행인은 3일 tbs 라디오에서 “(관련 자료가) 김 의원과 손 검사 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전달-전달 형식으로 일대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자료가 넘어가는 과정, 김 의원이 위법성을 인식하고 자료를 당에 넘겼다는 걸 입증할 만한 정황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손 검사가 관련 자료를 건넨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판결문이 손 검사에서 김 의원에게 SNS 메신저로 건네지다 보니 판결문 (사진) 파일 위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이름이 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검사에게서) 판결문 등을 받은 기억 자체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 뉴스버스가 원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위법성을 인지했다”는 이 발행인의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경찰이 야당 의원인 나를 늘 예의 주시하는 만큼 나는 제보를 받으면 ‘이 대화방을 나가자. 폭파시키자’고 말한다”고 반박했다. 또 “지역구 선거 운동으로 바쁜 시기에 왜 윤 전 총장 측 일을 봐줬겠느냐”며 “(사법연수원 동기인) 손 검사는 좋아하는 친구지만 따로 밥 먹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인 손 검사는 3일 개인 사유로 연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손 검사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사는 사실이 아니고 제가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검사는 3일에도 주변에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가 근무했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은 총장의 핵심 측근들이 기용돼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다. 윤 전 총장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 尹 “증거 자료 내놓고 얘기하라”
전날까지 캠프 대변인실을 통해 대응하던 윤 전 총장은 이날 직접 입을 열었다. 윤 전 총장은 기독교회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이가 없다. 상식에 비춰 판단해 달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고발을 사주했으면 왜 고발이 되지 않았겠느냐”며 “어느 기자가 (고발 사주) 기사 링크를 보내주기에 회사의 사주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증거가) 있으면 대라. 손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자료라도 있나. 그걸 내놓고 얘기하라”며 “지난해 채널A 사건도 결국 선거 위한 권언의 정치공작으로 다 드러나지 않았나. 이런 거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한 검사에 대한 보복 인사로 이 정부에 불리한 사건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이 고발하면 오히려 (검찰이 수사를) 더 안 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발행인이 공개한 판결문 사진도 ‘출처 불명의 사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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