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분노가 가슴 저 밑바닥부터 마그마처럼 끓어오를 때,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 플라톤의 문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너무 화가 나서 타인에게 미소 지을 마음의 여유조차 사라질 때, 이 문장을 되뇌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내게 상처를 준 바로 그 사람도 오늘, 아니 평생 쉴 새 없이, 힘겨운 전투를 치러왔을 거라고.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 나를 어떻게든 비난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문장을 내 식으로 바꾸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자. 하늘이 무너져도, 친절하자. 나를 슬프게 한 사람들은 내게 드러낸 적개심보다 천 배는 쓰라린, 남모를 고통을 견뎠겠지.
이 문장과 쌍둥이처럼 닮은 문장을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에서 만났다. “낯선 사람을 환대하라. 그는 어쩌면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2015년 파리 테러 직후, 어딜 가나 총을 차고 있는 경찰들 때문에 주눅이 잔뜩 든 내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문장이었다.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는, 니체의 조금 더 지독한 문장을 떠올린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니.” 그리하여 부디, 타인에게 친절하듯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자. 내가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을, 생각보다 자주 가엾고 안쓰러운 우리들 자신을 위하여. 나를 치열한 삶의 전쟁터로 내보낼 때, 나는 그렇게 집 떠날 때마다 애착인형을 꼭 끌어안는 어린아이처럼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내가 사랑한 문장들을 어루만진다. 기운이 솟고, 눈물이 뚝 그치며, 다시 고통을 견뎌낼 힘이 차오른다. 그리하여 나의 눈부신 벗이여, 두려워하지 마. 끝내 우리의 사랑이 이길 거야. 우리의 따스한 마음이 그 모든 증오와 편견을 이겨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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