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까지 고치는 ‘디스트레스 치료’로 암 완치율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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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암 환자 다수가 겪는 정신적 고통
치료 순응도 떨어뜨려 예후 악화… 정신의학과와 협진 통해 환자 관리
정신뿐 아니라 신체 증상까지 호전… 美의 경우 필수 치료사항으로 권고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왼쪽)가 위암 판정을 받아 절제술을 받은 후 불면증과 우울 증세를 보였던 직장인 A 씨(51)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왼쪽)가 위암 판정을 받아 절제술을 받은 후 불면증과 우울 증세를 보였던 직장인 A 씨(51)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직장인 A 씨(51)는 최근 인하대병원에서 초기 위암 판정을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족력이 없는데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기에 정신적인 충격은 더욱 컸다.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초기 위암의 생존율이 90% 이상이라는 통계와 의료진의 설명에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삶의 전반에서 자신감은 떨어졌고 우울증세까지 나타났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A 씨를 상대로 신속하게 암 절제술을 시행한 뒤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디스트레스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불면증이 사라졌고, 우울증세도 차츰 호전돼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6일 인하대병원에 따르면 암 환자라면 누구나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이들이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을 ‘디스트레스’라고 한다.

당혹감과 슬픔, 두려움과 같이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 반응부터 지속되는 우울감과 불면, 사회적 고립처럼 병적인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A 씨는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위로 차원에서 초기 위암의 생존율이 높다는 얘기를 계속 했지만, 정작 나는 매일을 밤잠을 설치면서 불안함 속에 지냈다”며 “디스트레스 치료를 시작하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신체적인 치료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A 씨의 디스트레스를 담당한 주치의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디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암 치료도 속도를 낼 수 있다”며 “디스트레스가 심한 환자들은 암 치료 순응도가 떨어져 암 치료 예후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는 암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모든 암 환자에게 디스트레스를 필수적으로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암 환자들은 진단 직후부터 수술과 항암, 방사선 조영 등과 같은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암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 치료 후유증, 신체 기능 저하가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

인하대병원 등 대학병원에서는 암 환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클리닉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혈액종양내과, 유방갑상선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을 통해 암 환자의 정신 건강을 돕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 환자와 보호자는 이러한 서비스를 모르거나, 알고 있다 해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진료를 주저한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고 오해하기 때문에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암 환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우울, 불안, 불면과 같은 정신증상뿐 아니라, 통증과 식욕부진 등 신체 증상의 호전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암으로 인한 절망이 더 나은 삶을 향하는 희망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역경 이후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삶의 질이 향상되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이 원활해진다”며 “결국 환자의 치료 만족도가 높아져 암의 치료 결과를 좋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병#디스트레스 치료#암 완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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