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출범하는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기로 했다.
BNPL은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Buy Now Pay Later)’하는 신개념 후불 결제 서비스로, 해외에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큰 인기를 끌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각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후불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토스뱅크 출범과 함께 BNPL 선점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MZ세대 겨냥한 BNPL, “2025년 1조 달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당초 9월 말에서 연기해 다음 달 5일 공식 출범하는 일정을 확정했다. 후발 주자인 토스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주요 대출상품의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아울러 BNPL 서비스를 도입해 기존 은행들과의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세계 최초로 BNPL 서비스를 도입해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한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BNPL 관련 시스템 등을 정비해 내년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BNPL은 신용카드처럼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돈을 내는 구조이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소비자는 할부 이자나 수수료 없이 결제대금을 2주 간격으로 4차례 나눠 내는 등 정해진 날짜에 갚으면 된다. 그 대신 BNPL 회사는 가맹점에 결제대금을 선지급하고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 호주 등 해외에선 소득은 낮지만 소비 욕구가 큰 MZ세대에 인기를 끌며 BNPL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정착했다. 클라르나는 현재 세계 17개국에 진출해 8500만 명의 고객과 19만 개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클라르나의 거래 규모는 4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2.3% 늘었다. 미국의 ‘어펌’, 호주의 ‘애프터페이’의 거래 규모도 1년 새 각각 98.9%, 76.9% 급증했다. 최근엔 페이팔, 애플 등 ‘빅테크 공룡’들도 BNPL 시장에 뛰어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BNPL 시장이 2025년까지 15배 성장해 최대 1조 달러(약 1156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 시장은 걸음마 단계
국내 BNPL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금융당국이 플랫폼 사업자의 소액 후불 결제를 허용하면서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이 후불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BNPL의 핵심인 분할 납부 기능이 없는 데다 이용금액이 월 30만 원 한도로 한정돼 있어 해외 BNPL 서비스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BNPL의 한도는 200만 원 정도다.
국내에선 BNPL 서비스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해외에 비해 신용카드 할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카드 수수료도 비교적 낮아 BNPL을 이용할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고객의 신용도를 따지지 않아 연체에 따른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BNPL 서비스를 통해 금융사는 MZ세대 등 미래 고객 기반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연체 여부나 채무상환 능력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