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군 후 아프가니스탄과 시민사회는 붕괴 위험에 놓여 있다. 미국 대테러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반미를 매개로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9·11테러 직후 탈레반이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보호했던 것처럼 반미주의, 반서구주의, 반민주주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하나로 묶을 동인이 될 수 있다. 아프간인의 삶은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파벌, 종족, 이슬람 교리 등을 이유로 내전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직면한 불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테러를 계획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카불 폭탄테러는 그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작이다.
분명한 점은 이번 아프간 사태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만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다. 미국은 철군 이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해체됐고, 몇 달 전 작은 질서로 수행할 수 있는 게 위태로운 일이 되고 말았다.
지금 전 세계는 과거와는 다른 테러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IS 같은 초국가적 존재가 다시 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초국가적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음모를 꾸미는 일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 인종차별 등은 테러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다시 테러와의 전쟁의 두 번째 막이 열렸다. 확실한 건 테러의 원인에 대해 제대로 처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대테러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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