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부동산 투기의혹’ 의원 강한 조치한다더니…탈당 0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7일 03시 00분


의원들 버티고 지도부는 차일피일
요란한 징계 공언, 보여주기식 그쳐
당원 늘렸다며 당대표 표창 주기도
“약속 지키는 책임정치 실종” 지적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6월 9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적어도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6월 11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결과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언했던 탈당과 제명 등 강도 높은 조치는 공염불로 끝나는 모양새다. 지도부의 탈당 권유에도 해당 의원들은 버티기에 들어갔고, 당 지도부도 실제 징계를 미루면서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약속을 지키는 책임정치가 실종되면서 정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野, 윤리위 구성 미루며 징계 흐지부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달 24일 권익위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 중 강기윤 의원 등 5명에 대해 탈당 요구,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에게는 제명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이달 16일까지 23일째 당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탈당계를 내지 않은 채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의원들의 소명만 듣고 ‘셀프 면죄부’를 준 상태다. 윤희숙 전 의원만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당 윤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탈당을 요구받고 열흘 내에 탈당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바로 제명된다. “민주당보다 강한 징계”를 언급했던 이준석 대표는 “현재 공석인 윤리위원장을 맡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미루고 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도 탈당한 의원이 없는데 우리가 위원장을 선임해 징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말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실제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16일 딸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으로 탈당을 요구했던 이철규 의원에게 ‘당원 배가 활동’을 이유로 ‘당 대표 표창장’을 수여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 與. 지역구 의원 탈당 無
민주당은 올해 6월 권익위로부터 부동산 투기 의심 사례로 지목된 12명 전원에게 탈당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중 당에서 제명된 비례대표 2명(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을 제외한 10명이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주영 의원 등 5명은 당의 탈당 권고 이후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나머지 5명은 탈당을 거부했다. 당 지도부는 “탈당계를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며 탈당계를 낸 의원들의 탈당 조치도 미뤘다.

그 사이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탈당 권고는 유야무야됐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는 “지역구 의원 10명 중 8명가량이 수사기관에서 불송치 혹은 불기소 판정을 받았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탈당 권고 조치가 종료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14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불송치 결정을 내린 양이 의원에 대한 복당 절차도 조만간 진행할 방침이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보여주기식’ 으름장만 놓고 정작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끈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야 스스로 권익위 조사를 요청했고, 강한 징계를 공언했다”며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는 건 책임정치의 실종”이라고 했다.

#부동산 투기#탈당 의원#정치불신#보여주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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