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권순우(24·사진)가 생애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대회 단식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한국 선수가 ATP투어 대회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2003년 1월 이형택(45·은퇴) 이후 약 19년 만이다.
세계랭킹 82위 권순우는 26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투어 아스타나오픈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65위 제임스 더크워스(29·호주)를 1시간 36분 만에 세트스코어 2-0(7-6<8-6>, 6-3)으로 제압했다. 전날 세계랭킹 34위 알렉산드르 부블리크(카자흐스탄)를 상대로 극적인 2-1(3-6, 7-5, 6-3) 역전승을 거뒀던 권순우는 이날도 자신의 강점인 백핸드 리턴 등을 앞세워 승기를 가져왔다. 특히 권순우는 1세트에서 4-5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승부를 타이 브레이크로 가져 갔고, 타이 브레이크에서도 3-6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내리 5점을 따내며 1세트를 가져왔다. 우승상금 4만7080달러(약 5500만 원)를 챙긴 권순우는 “서브를 앞세운 더크워스의 플레이 탓에 어려운 경기를 했다”면서도 “나는 매 포인트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생애 첫 ATP투어 우승이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우승으로 권순우는 한국 남자테니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로 올리게 됐다. 한국 선수가 ATP투어 대회 남자 단식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은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이형택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6월 영국 이스트본에서 열린 바이킹 인터내셔널에서 4강전에 진출했던 권순우는 자신의 ATP투어 최고 성적도 이날 갈아 치웠다. 또 이날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250점을 확보한 권순우는 다음 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57위에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또한 권순우의 개인 최고 세계랭킹인 69위(지난해 3월)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권순우는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 자신의 역대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인 3회전(32강)에 진출하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처음으로 테니스를 하면서 세웠던 목표들을 이룬 것 같다”는 권순우는 “응원해 주신 팬들께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한국 테니스가 조금 더 발전해서 50위 안은 물론 20위나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규 투어 대회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대회 단식에서 12차례나 우승한 뒤 생애 처음으로 ATP투어 남자 단식 결승전에 오른 더크워스는 생애 첫 ATP투어 우승컵을 안을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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