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만배, 대법원 판결 전후 권순일 전 대법관 수차례 만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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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뉴스1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뉴스1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62·사법연수원 14기)이 이 지사 사건에 대한 합의 및 판결이 나오기 직전과 직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를 수 차례 만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경제지 부국장 출신인 김 씨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시절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 대법원 선고 전후 8차례 권순일 찾아간 김만배

권순일 전 대법관
권순일 전 대법관
이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 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총 8회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특히 지난해 6월 15일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로 회부되고 난 뒤 다음날인 6월 16일 김 씨는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또 이날 권 전 대법관과 김 씨가 만난지 이틀 후인 6월 18일 대법관들은 전합 첫 심리를 열고 이 지사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대법원 전합 심리 상황에 대한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 전 대법관은 주심 대법관이 아니었지만 전합 심리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이상의 역할을 하며 무죄 취지의 법리를 주장했다.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에 대한 전합에서 무죄 취지로 별개 의견을 냈고 회의를 거치며 권 전 대법관의 별개 의견이 다수의견이 돼 전합 판결문에 반영됐다고 전해졌다.

또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 다음 날인 17일 김 씨는 대법원에 찾아와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이외에도 김 씨는 지난해 3월 5일, 5월 8일과 26일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김 씨가 지난해 6월 9일 권 전 대법관을 방문한 지 6일 뒤인 6월 15일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 퇴임 후 김만배 회사 고문으로 가 월 1500만 원 고문료

전합 판결 이후 지난해 8월 5일 김 씨는 대법관실을 방문했고 21일에는 다시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8일 퇴임한 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내며 월 1500만 원 정도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 중인 사실이 보도되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언론인 출신 김 씨는 성남시장을 지내던 이 지사와 인터뷰 기사를 출고한 뒤 화천대유를 설립해 일각으로부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2014년 7월 28일 김 씨는 이 지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고 7개월 뒤인 2015년 2월 6일 화천대유를 설립했다. 일주일 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자금을 조달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6월 15일 성남시는 화천대유가 속한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대장동 개발사업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전주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만배 씨의 방문 일자는 이재명 지사 사건의 전합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 지사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하루빨리 수용하여 초유의 재판거래 의혹을 밝히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만배 측 앞뒤 안 맞는 해명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권 전 대법관은 동향 지인이라 가끔 전화도 하는 사이여서 인사차 3, 4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다”며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방문 목적은 대법원 구내 이발소나 후배 법조팀장 방문이었고 (대법원 출입신고서에 권 전 대법관을 기재한 이유는) 출입신고서에 해당 법조팀장을 적으면 그가 출입구까지 나를 데리러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인이 대법원 청사에 출입할 때는 출입신고서에 방문 장소를 기재하고 보안 직원이 해당 집무실에 전화를 걸어 외부인과 약속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만큼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김 씨가 권 전 대법관과 만나기로 했지만 약속을 못 지키고 대법원 내 이발소 등에 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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