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옛 서울의료원 부지 활용방안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이곳에 공공주택을 지으려는 서울시의 계획을 두고 강남구가 “57만 구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서울시는 “행정을 정치소재로 악용하지 말라”며 반박했다.
11일 서울시, 강남구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 열람공고’를 진행했다. 변경된 계획에는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의 20∼30%에 주거지를 지정하고 나머지에는 업무지구, 회의장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시와 대한항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8월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LH가 인수한 뒤 옛 서울의료원 남측 시유지와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이러한 합의에 따른 후속 절차다.
강남구는 즉각 반발했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이 들어설 경우 이 일대를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산업 중심지로 개발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삼성동 일대에서 진행될 개발은 대한민국의 100년을 좌우할 대형 사업들”이라며 “행정소송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공주택 공급 추진을 막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강남구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는 8월경 강남구를 방문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에 관한 사전 설명을 거쳤고 이달 초에도 구에 협의를 요청한 뒤 열람 공고를 실시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구는 그럼에도 시가 일방적으로 열람 공고를 실시했다고 주장한다는 것. 정 구청장이 철회를 요청하는 ‘공공주택 3000채 공급 계획’도 서울시가 아닌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옛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에 공공주택 3000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창근 시 대변인은 “정 구청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을 정치소재로 악용하는 공세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강남구의 반발이 큰 만큼 현재로서는 서울시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의 의견을 최대한 시에 전달하고 행정소송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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