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반기 3개 정당이 경선 종착점이나 고비를 지났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10월 10일 최종 후보를 선출했고, 국민의힘은 10월 8일 후보 4명을 추려냈다. 정의당은 10월 6일 1차 투표를 거쳐 같은 달 12일 결선투표로 심상정 의원을 대선후보로 뽑았다. 3개 정당의 경선은 뼈 때리는 질문을 던진다. 길고 화려한 경선일수록 좋은 경선일까.
소수 정당에 당원만 투표권을 가진 정의당 경선은 애초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지역 순회도 없고 2단계만에 끝나는 경선이었지만 심상정 대세론이 무너지고 결선투표로 이어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경선 효과를 담보하는 건 선거 과정이 아니라 개표 결과임을 보여줬다. 반면 포괄 지대가 넓고 보유 정치인이 많은 거대 정당은 묘미를 더하는 여러 설정을 뒀지만 ‘흥행 없는 긴장’만 고조했다.
경쟁 전시에 유권자 피로감 느껴
민주당은 지역 순회 경선을 도입했다. 땅덩이가 좁고 온라인 투표 기반도 갖춰진 한국에서 굳이 지역 순회 경선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마저 ‘이재명 독주’가 펼쳐지면서 김이 빠졌다. 오히려 최종 결과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50%를 겨우 넘고, 이낙연 후보 측이 “사퇴한 후보자들의 득표수를 유효 투표수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50% 이하”라고 주장해 긴장이 생겨났다. 폐막 인사 시간에 클라이맥스가 닥쳐버린 꼴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경선 2단계에서 후보 8명이 경합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민주당의 지역 순회 경선 못지않게 지루했다. 4명이 남은 3단계에도 위험 요인들이 존재한다. 1, 2차보다 큰 당원투표 비중(50%)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또한 ‘대외 확장’보다 ‘내부 골몰’을 유도한다. 나머지 50%인 가상대결 여론조사가 어떻게 점수로 반영될지도 확정하지 않아 분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11월 5일까지 기간이 너무 길게 남은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지역 순회’나 ‘오랜 컷오프 경쟁’뿐 아니라, 회의를 불러일으킨 것이 또 하나 있다. 잦은 TV토론이다. 정책 중심의 생산적 경쟁이 아니라, ‘바지’와 ‘임금 왕’이 각인됐다. 어차피 검증 기회는 캠프별 발표나 평소 설전으로도 만들 수 있다. 토론 일부는 후보가 아닌 정책 담당자나 대변인 등에게 할애해도 활력이 된다. 그런 막전막후가 풍부해야 후보자 간 토론에서 긴장감과 ‘한 방’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거대 양당은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전시에 치중했다. 이러면 유권자는 더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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