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크게 바꿨다. 마스크의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어느정도 해소된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이러한 모습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질병 및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상 중에 자주 접하는 도구나 의류 등, 어떠한 제품이라도 세균 및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갖는 항균 및 친환경 기능을 품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참고로 시장 조사 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는 전 세계 항균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18년 220억 9,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7.84%로 증가하여 2023년에는 316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같은 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다른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항균 첨가제 시장 규모가 2016년 35억 7,190만 달러에서 2021년 50억 9,940만 달러로 연평균 7.38% 성장할 것을 예상했다.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예측한 것이라 이후 실제 성장세는 이보다 한층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세균과 곰팡이 억제 기능으로 마케팅 방향 바꾼 삼성 '에어드레서'
이러한 항균 관련 제품의 시장 확대는 기업의 규모 및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는 자사의 의류관리기(의류청정기) 브랜드인 ‘에어드레서’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항균 및 살균 기능을 강조했다. 기존의 의류관리기는 의류의 냄새 및 주름을 제거해 드라이클리닝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는 점을 앞세웠으나 코로나19 본격화 이후부터는 제품의 기능은 물론 마케팅 포인트까지 바뀌었다.
신형 '에어드레서'의 항균 및 살균 기능은 본체 전면부의 ‘살균’ 버튼을 누르면 간단히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종 세균 및 바이러스, 그리고 집먼지 진드기 및 곰팡이,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려대 약학대학 전임상학실 실험, 영국 알레르기 협회(allergyUK)인 BAF의 검증, 국제인증기관 인터텍(Intertek)의 기준 모두 통과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천연 항균 소취제로 글로벌 인증 받은 ‘지클로’
항균 관련 제품의 기반이 되는 소재 관련 중견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중금속이 포함된 기존의 합성 항균 물질과 구분되는 천연 재료 기반 항균 물질이 하나 둘 개발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 기술 전문 기업인 ‘지클로’는 천연 유, 무기 재료만으로 구성한 항균 소취 물질인 ‘세라비다 프레쉬(CERAVIDA FRESH)’를 개발, 국내 최초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인증을 취득했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트리클로산, 혹은 중금속 성분의 기존 탈취제나 항균제는 독성이 있어 세균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인체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세라비다 프레쉬'는 100% 친환경 바이오 물질을 이용하므로 피부에 닿아도 무해하고, 세균 증식에 의한 냄새 분자를 줄여 일반 항균제에 비해 우수한 소취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스크에 뿌려 이를 재활용하거나, 운동복 등에 적용해 땀냄새를 최소화하는 등 활용 방안도 다양하다. 섬유유연제에 활용한다면 세탁 후 화학 잔여물이 남지 않으며, 항균 및 소취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도 갖췄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도 눈에 띄어
기업 규모나 역사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도 항균 및 친환경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청세’ 역시 친환경 세탁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기름을 용매로 사용하는 기존 드라이클리닝과 달리, 100% 물과 청세의 친환경 특수 세제를 이용해 드라이클리닝을 진행한다. 폐유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의류에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남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대면 무인 세탁소이므로 질병 감염의 걱정도 덜었다.
삶의 질 높이는 기술, 해외 시장 개척도 긍정적
그 외에도 코오롱, 롯데케미칼 등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친환경 항균 항바이러스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큐플러스(Q+)' 섬유 소재로 항균 소재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지난 3월 밝혔으며, 롯데케미칼도 고려대학교의료원과 손잡고 항균 플라스틱 소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각 기업에서 선보이고 있는 친환경∙항균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살펴보면,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성은 유사하다. 이미 익숙한 형태의 솔루션에 새로운 기술 및 마케팅을 더해 시장에 어필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신세대 친환경∙항균 관련 솔루션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친환경 항균 소취 물질 ‘세라비다 프레쉬’를 개발한 ‘지클로’의 정재헌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천연 항균 물질에 대한 인식이나 규정이 미비한 탓에 갖가지 제품이 난립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미국 환경보호청(EPA)를 비롯한 글로벌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0년 이상 연구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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