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겠다는 정부 방침에 유감을 밝힌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던 박남선 씨(68)가 노 전 대통령 빈소를 조문한 것을 두고 28일 “유족들의 뜻과 무관한 개인행동”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박 씨는 유족회 회원이 아니며 활동한 적이 없다. 조문은 유족회와 무관한 개인행동으로 회원들이 화가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씨가 회원으로 있는 5·18구속부상자회 관계자도 “박 씨가 과거 직함을 활용해 마치 공식 조문을 하는 것처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했다. 회원들 사이에선 박 씨를 제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개인 자격으로 조문을 갔고 노 전 대통령은 아들을 통해 사죄를 했으니 용서한다는 결자해지의 취지였다. 앞으로 5·18 진상 규명과 신군부 인사들의 사죄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민변은 “망인에 대해 내란죄, 뇌물수수 등에 유죄를 선고한 1997년 대법원 판결, 사회 통념에 비추어 결코 국가장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한 인권 침해 관련 책임자에 대한 공적 미화를 금지하도록 하는 국제인권기준에도 위배된다”며 “이번 결정은 5·18 유공자와 유족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도 “노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의 주범이자 5월 항쟁을 진압한 학살자”라며 “가족이 사과했지만 국가에 반역하고 시민을 학살한 사실이 덮어질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국가장을 치르면서도 정부 차원의 분향소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5·18 관련 단체들과 시민 사회의 반대 여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장례를 최대한 검소하게 치르길 바란다”는 고인의 유언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장의 대상과 절차 등을 규정한 국가장법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분향소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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