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대장동 개발 의혹 속에서 ‘강한 집행권력의 신봉자’임을 드러냈다. 그는 사업 설계 당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을 수 없었다”고 시종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나중에 이끌어냈다는 ‘공공 환수’를 자랑한다. 사전에 공동체 합의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보다 사후에 행정으로 개입해 힘과 성과를 보여주는 쪽으로 사고가 기울어져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성남시설관리공단이 도시개발에 손대기 시작한 과정에서도 의결보다 집행이 앞세워졌다. 성남시설관리공단은 시설물의 유지, 관리가 주요 목적이다. 도시개발에 걸맞은 조직으로 탈바꿈 하려면 성남시의회가 조례를 제정 또는 개정해야 하지만, 2011년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은 고작 사내 정관을 바꿨다. 주요 업무에 ‘신규 개발사업 인수 준비’를 집어넣었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이를 승인했다.
“하면 되는데 안 해서 문제였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어떨까. 그는 7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남에서 “총리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의 결정권이 많아지고 청와대 권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두환 씨가 김재익 씨를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에 임명하고, 청와대 힘으로 내각과 여당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델이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이 일으킨 전두환 옹호 논란은 의구심을 안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비판할 뿐 근본적으로는 ‘강한 집행권력’을 신봉하는 건 아닐까.
집행권력을 더 나쁘고 무능하게 만들려면 최상위 조직을 비서조직처럼 여기거나 참모조직을 핵심에 놓으면 된다. 예컨대 대통령이 장관을 비서로 여기거나 청와대가 내각을 지휘하는 식이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검찰청을 “검찰총장을 보좌하기 위한 참모조직”이라고 정의했다. 대검은 대법원에 대응하며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강대한 조직이다. ‘총장을 위한 대검’이 아니라 ‘대검을 아우르는 총장’이 적절하다.
선도하고 독주하는 집행권력은 초기에는 늘 호기롭다. “하면 되는데 안 해서 문제였다”고 으스댄다. 인기가 있을 땐 인사에 대한 불만과 논란도 적다. 그러나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입법부인 의회가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나면 무르익지 않은 정책은 폐해를 초래하고 정부가 그나마 거둔 결실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역대 정권이 모두 내리막길로 치달으며 각인해준 이치다. 대선후보라면 ‘당선 직후’가 아니라 ‘임기 막판’을 내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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