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풍이 부는 여름철 일본에서 화산이 분화하면 한반도 남부지역 대기질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병일 신라대 항공교통관리학과 교수는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 하에서 사쿠라지마 화산 분출이 부산지역 초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31일 이같이 밝혔다.
전 교수는 2018년 7월 16일 오후 3시38분 분화한 일본 규슈섬 남부 화산인 사쿠라지마(櫻島)를 연구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화구 위 4.6㎞까지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치솟았다. 부산에서 남남동 방향으로 약 430㎞ 떨어진 이 화산은 1955년부터 65년째 활동 중인 세계적인 활화산이다.
전 교수가 순방향 궤도추적(Forward Trajectory) 분석을 한 결과, 이날 사쿠라지마의 공기괴(공기덩어리)는 화산이 분화한 뒤 24시간이 지난 17일 오후 3시경 부산을 통과했다. 이 시간 부산의 세 지점(고도 1500m 2000m 3000m)의 공기를 측정한 결과 모두 사쿠라지마 근처에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역방향(Backward Trajectory)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쿠라지마 화산 분화의 영향으로 이날 부산 태종대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 최대치는 59㎍/m³였다. 전날 최대 농도(25㎍/m³)의 2배 이상이었다. △광복동 46→72㎍/m³ △장림동 45→69㎍/m³ △연산동 45→62㎍/m³ 등 모든 관측지점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날보다 악화됐다.
분화 때 기체 상태인 이산화황(SO₂)은 기류를 타고 이동하며 고체 입자인 황산염(SO₄²-)으로 변한다. 이는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대표적 유해물질이다. 전 교수는 “16일 오후 10㎍/m³ 수준에 불과하던 부산의 황산염 농도가 17일 오후 30㎍/m³을 초과하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화산 분화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절은 여름뿐이라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한반도 방향으로 바람(남동풍)이 부는 것은 1년 중 7, 8월경 북태평양 고기압(남고북저형) 하에서만 가능한 까닭이다.
전 교수는 “국내 남부 대도시인 부산 대구 광주와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백두산보다 일본 서부의 운젠산 아소산 등 화산과 더 가깝다. 한반도 남부는 겨울철 백두산 분화보다 여름철 일본 화산 분화를 더 민감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상당국은 20일 분화한 아소산처럼 일본의 대형 활화산 분화 때마다 “국내 영향이 미미해 보인다”는 전망 수준의 발표만 해왔다. 일본 화산 분화에 따른 공기괴 이동 경로를 정밀 추적하고 국내 대기상태와 비교 분석해 국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논문은 다음 달 6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한국환경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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