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해진 ‘MZ세대의 이직법’
설문 결과 절반 가까이 “이직 경험”… 사유로는 급여-복리후생이 최다
구직자-채용기업 수시로 매칭하는 ‘인재풀 서비스’ 활용 크게 늘어
대기업에선 전용 인재풀 만들기도
콘텐츠 제작회사에 다니는 전모 씨(33)는 올 7월부터 이직 준비에 나섰다. 업무량에 비해 월급이 적다고 느껴서다.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가 잦고, 야근이 많은 점 역시 그가 이직을 결심한 계기다. 전 씨는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다”면서 “설령 이직에 성공하더라도 새로 이직한 회사에 계속 머무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사라진 평생직장에 커지는 이직 시장
한 직장을 정년 때까지 다니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점 흐릿해지면서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8일 취업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가 직장인 14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7.1%(691명)에 달했다. 이직한 횟수가 ‘4회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86명이나 됐다.
아직 이직 경험이 없는 직장인이라도 10명 중 8명이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이직을 준비한다”는 응답자가 46.3%(359명), “잠재적으로 이직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39.7%(308명)였다. 직장인들이 이직을 꿈꾸는 이유로는 △급여 및 복리후생(60.6%) △워라밸(29.6%) △적성(29.6%) △조직문화(28.4%) 등이 꼽혔다.
이처럼 이직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경력직 채용 수요도 커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주요 기업 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에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이 채용한 직원 가운데 37.6%가 경력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기술(IT), 연구개발(R&D) 등의 직군에서 경력직 채용 비율이 높았다.
○ ‘인재풀’ 활용해 이직 준비
이직 시장이 이처럼 활발해지고 있지만 직장인들의 이직 준비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경력 채용공고를 수시로 확인하고, 올라올 때마다 이력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필요할 때마다 직원을 뽑는 수시채용이 확산되면서 채용 일정을 예측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공고의 80.3%가 수시채용이었다. 공채는 19.7%에 그쳤다. 불시에 올라오는 공고를 일일이 확인하고 지원서를 제출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젊은 구직자들은 ‘인재풀 서비스’에 자신의 이력서를 등록해 이직에 나서는 추세다. 인재풀 서비스는 미리 등록해 둔 구직자 이력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업과 매칭하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최근 인재풀 서비스를 활용해 이직했다. 김 씨는 “이력서를 올려두면 그 회사 담당자의 연락이 와 쉽게 이직할 수 있다고 해서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내 이력서를 볼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마음을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력서를 수정할수록 입사 제안이 많이 들어와 어떤 식으로 나를 어필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기획자인 그는 한 달 만에 이직에 성공했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9월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진학사 캐치는 “인재풀 서비스인 ‘인재픽’을 이달 기준 6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머티리얼즈, 티몬 등의 기업은 자체 인재풀을 구축하고 있다. 탈락 지원자의 인재풀을 구축해 다음 채용 때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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