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많은 사립대학들은 국가 선진화를 위한 인재 양성의 중책을 맡아 왔다. 역사적으로 광복 이후 재정 형편 탓에 국가가 교육에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은 사재를 출연해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해 왔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2021년 현재 4년제 대학 190개 중 156개, 81.1%가 사립대학이며 전문대학은 134개 중에서 125개로 93.3%에 육박한다. 학생수로 보면 4년제 대학생의 77.2%, 전문대생의 98.0%가 사립학교에 재학 중이다. 교육부가 사립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행정안전부는 학교법인 소유 토지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학교법인이 소유한 수익용 및 유휴 토지에 대해 단계별 종합과세로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한다는 구상이다. 행안부가 사립대 운영의 역사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운영되는 특수법인이다. 설립 당시부터 의무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학은 300억 원, 전문대는 200억 원 수준이다.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수익금을 창출해 그의 80% 이상을 학교의 교육 운영에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행안부가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일반적인 영리사업으로 이해하고 지방세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립대학은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데 반해 1인당 교육비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고등교육 예산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대부분 국가장학금으로 학생에게 지원되기 때문에 대학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으며, 입학금 폐지로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되었다.
전국 대학들은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한 첨단 분야 학과 신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결합하는 미래 교육 실험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분야의 도전적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범정부적으로도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연구와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모색하는 중이다.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과 함께 학교법인의 책무성과 학교의 재정 지원 책임을 강조해 왔는데 행안부가 도리어 세금 감면을 축소해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교육의 의무를 다해온 사학에 대해 정부 부처 간에 이렇듯 엇박자를 낸다면 사학이 설 자리는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립대학의 교육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법안을 논의 중인 국회의 움직임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세제 지원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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