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출근 시간에 맞춰 회사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주차할 자리가 없어 몇 바퀴를 돌 때의 초조함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씩은 느껴봤을 감정이다. 가끔 차를 어디다 주차했는지 기억해내지 못해 너른 주차장을 하릴없이 배회하는 불편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런 일상의 불편을 해결할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베스텔라랩’. 이 회사는 V2X(Vehicle to everything·차량사물통신) 스마트 주차 시스템을 통한 디지털 맵 기반 실내 내비게이션을 개발해 지하 주차장 내에서 빈자리를 찾아 안내해 주거나 주차한 공간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기업의 아이디어에 주목해 스타트업 지원 및 육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아우토반’의 참가 기업으로 선정했다.
○ 대기업-스타트업의 CV 성공사례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사내벤처로 분사한 화물차 운송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 ‘코코넛사일로’에도 주목했다. 코코넛사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코코트럭’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이 열악한 베트남 시장을 선도적으로 공략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기반 스마트 흔적 알고리즘을 활용해 목적지 간 거리가 가깝거나 이동 경로가 겹치는 사용자들이 화물차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화물 종류, 부피 등 사용자가 설정한 조건에 맞는 가까운 화물차를 자동으로 배차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코코넛사일로는 코코트럭 덕분에 분사 후 1년 만에 매출액 11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 매출도 2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이 2016년 처음 선보인 CV(Corporate Venturing) 사례다. 다임러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외부 파트너와의 합작을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과 영감을 얻고 기존 사업 고수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과 중국, 인도를 거쳐 2020년 세계에서 7번째로 한국에서 열렸다. 한국 내 관련 사업을 맡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행사 진행을 위해 서울창업허브와 손을 잡았고 그 결과 202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타트업 아우토반이 열렸다. 이를 통해 베스텔라랩, 코코넛사일로를 포함한 5개 기업이 지원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들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아우토반 프로그램을 통해 다임러그룹으로부터 독일 현지 진출을 위한 상용화 기술 개발을 지원받았다. 또한 스타트업에 전문가 멘토링 및 네트워킹 기회, 벤처캐피털(VC)을 통한 투자 유치 기회뿐 아니라 개발 공간 및 장비 등도 지원받았다.
○ 신시장 진출 등 성과 이어져
스타트업 아우토반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은 실제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코코넛사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을 통해 베트남을 넘어 한국의 화물차 모빌리티 시장 공략 기회를 얻게 됐다. 화물차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을 눈여겨보던 코코넛사일로는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참여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산하 다임러트럭코리아와 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비대면 화물차 유지보수 서비스 ‘트럭닥터’를 선보일 수 있었다. 트럭닥터는 화물차 운전자가 고장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거나 목소리로 증상을 말하는 등 비대면 방식으로 정비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다임러트럭코리아가 전국에 보유한 19개 공식 정비센터 중 16개 센터에 트럭닥터가 적용돼 있다.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는 “화물차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다임러트럭코리아와 코코넛사일로가 힘을 합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사례”라며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통해 유럽발 선진 스타트업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베스텔라랩은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통해 PoC(Proof of Concept·시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성능을 검증하는 것)를 점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2021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에 파트너사로 참여한 SKT와 함께 국내에서 베스텔라랩의 서비스 ‘워치마일’을 테스트해 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정상수 베스텔라랩 대표는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통해 개발한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 PoC 테스트베드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서울시의 중소기업 지원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의 스타트업 발굴·액셀러레이팅 지원 프로그램과 협력하고 있다. 대기업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주고 스타트업에는 규모의 확대를 위한 ‘스케일업(scale-up)’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최수진 SBA 책임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두 스타트업의 협업은 대기업의 탄탄한 인프라와 풍부한 자금력, 방대한 네트워크에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민함이 더해져 혁신적 결과물을 만든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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