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우두두’ 하는 소리가 나더니 창문이 막 흔들리는 거예요. 놀래서 밖으로 막 뛰쳐나왔죠.”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주민 이모 씨(50)는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지진으로 제주 곳곳에서 20∼30초 정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 건너 광주 전남북 부산 울산 대전 서울까지 진동이 감지될 정도로 강도가 컸다. 인명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 냉장고 흔들리고 사무실 집기 떨어져
제주 섬이 통째로 흔들렸다. 주민들은 한동안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제주시 일도2동 한 가정집에서 베란다 타일 바닥이 벌어졌고 제주시 연동 다가구주택에서는 창문이 깨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냉장고가 흔들리고 사무실 집기가 떨어졌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면세점에서는 쇼핑을 하던 관광객과 직원들이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 주민(42)은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창문이 세게 흔들렸고 몸으로도 진동을 느꼈다”며 “아이들이 놀라서 울먹이기도 했지만 모두 침착하게 책상 밑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바다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강풍을 맞은 것처럼 아래위로 흔들리면서 한동안 초점을 잡지 못했다. 마라도등대 박종옥 소장(53)은 “아주 짧은 시간 흔들렸는데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천지동 주민센터에서는 공무원과 민원인이 책상 밑으로 대피했다가 건물 밖으로 급하게 대피했다. 주민 김명종 씨(53)는 “대형 덤프트럭 수십 대가 한꺼번에 지나가면서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며 불안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가 격리 중이던 주민들도 불안에 떨었다. 얼마 전 미국을 다녀온 이모 씨(59)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자가 격리를 겸해서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이 흔들리니까 밖으로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됐다”고 토로했다.
제주공항도 활주로 점검을 위해 항공기 이착륙이 10여 분간 중단됐다가 정상 운영됐다.
제주와 가장 인접한 전남에서도 “지진이 난 것 맞느냐” 등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진앙에서 180km가량 떨어진 목포에 사는 주부 김모 씨(55)는 “지진 발생 문자를 받고 몇 초 후 갑자기 주방 창문이 세게 흔들렸다”고 했다. 해남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음식을 하고 있는데 집이 흔들려 급하게 가스불을 껐다. 무서워서 남편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했다”고 전했다.
230km 떨어진 광주에서도 건물이 3, 4초간 흔들렸다. 직장인 A 씨(29)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경보 소리와 함께 건물이 좌우로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초조해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정상 운전 중이며 지진경보가 발생한 원전은 없다”고 밝혔다.
○ 동일본대지진 영향 추정… 여진 가능성 높아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했다. 당시 규모 5.8의 지진이 나 9300여 건에 달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다만 여진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서귀포 남쪽 바다에서 그동안 규모 2.0∼3.0의 지진이 자주 발생했지만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이 계속된 결과로 추정된다. 여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관계 부처에 “여진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고 필요한 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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