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서 뛰놀던 산양, 서울 용마산에 오르다 [동행: 그렇게 같이 살기로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4일 16시 00분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 국립공원공단 제공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 국립공원공단 제공
멸종위기종은 어느 정도 개체 수가 늘어나면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한다. 그게 자연의 순리다. 더구나 최근엔 도심에 숲길과 물길을 만들고 있다. 살 곳을 찾아 떠난 멸종위기종이 다시 우리 곁에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2011년 폭설로 고립된 산양을 구조하는 모습. 기후변화로 점점 강해지는 혹한과 폭설도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2011년 폭설로 고립된 산양을 구조하는 모습. 기후변화로 점점 강해지는 혹한과 폭설도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실제로 이렇게 서울에 돌아온 동물이 있다.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산양은 한반도 곳곳에서 살았다. 그러나 1960년대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는 설악산 고지대 등에만 모여 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인왕산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국립생태원 제공
서울 종로구 인왕산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국립생태원 제공
산양은 서울에서도 중랑구 용마산과 종로구 인왕산에 각각 1마리씩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용마산에 사는 산양은 수컷이다. 2018년 7월 처음 발견됐다. 용마산에서 40㎞ 이상 떨어진 경기 포천시 일대에 살다가 공사가 진행되던 포천-구리 고속도로를 거쳐 용마산까지 온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중랑구 용마산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국립생태원 제공
서울 중랑구 용마산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국립생태원 제공
이 수컷 산양은 현재 용마산과 광진구 아차산을 오가면서 살고 있다. 지난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산양이 낙엽과 새순을 씹어 먹은 흔적, 나무에 뿔을 비벼 다듬은 흔적 등이 발견됐다. 산양의 동그랗고 까만 똥도 확인됐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랑구 용마산 중턱에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이 발견한 산양 똥. 산양이 이 곳에서 적응해 살고 있다는 증거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달 25일 서울 중랑구 용마산 중턱에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이 발견한 산양 똥. 산양이 이 곳에서 적응해 살고 있다는 증거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인왕산에서 발견된 또 한 마리의 수컷 산양은 어디서 온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산양은 녹지축을 따라 서대문구 안산까지 이동하며 활발히 이동하고 있다. 종로구 윤동주 박물관과 목인 박물관, 서대문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는 종종 산양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인왕산-안산을 오가는 산양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녹지 연결로인 무악재 하늘다리. 서울시 제공
인왕산-안산을 오가는 산양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녹지 연결로인 무악재 하늘다리. 서울시 제공
두 마리의 산양이 왜 서울에 왔는지는 모른다. 다만 활동반경이 10~20㎞에 불과한 산양이 우연히 왔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영태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지역 내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산양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또 다른 산양이 서울과 경기, 그 외 지역에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동행: 그렇게 같이 살기로 했다’는 동아일보가 지켜온 저널리즘의 가치와,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디지털 플랫폼 특화 보도는 히어로콘텐츠 전용 사이트(original.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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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취재 : 강은지 송혜미 기자
▽ 사진·영상 취재 : 전영한 기자
▽ 그래픽·일러스트 : 김충민 기자
▽ 기획 : 위은지 기자
▽ 사이트 개발 : 임상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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