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잘 보이려 경력 부풀려, 용서해달라”
허위경력 인정 대국민 사과 회견… “남편 대통령돼도 아내역할만 충실”
윤석열 “죄송하다는 마음 똑같아”, 與 “金에 대한 국민의혹 해소안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6일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 달라”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인 이날 처음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 일부를 인정하면서 사과한 것이다. 윤 후보는 “아내와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 드린다”고 했다. 김 씨는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잘못한 나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은 거두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A4 용지 3장 분량의 사과문을 6분가량 읽은 김 씨는 질의응답 없이 회견장을 떠났다. 김 씨에 이어 부연 설명에 나선 이양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영부인 역할을 하겠다, 안 하겠다’까지는 아니고 반성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취지로 공개 행보를 자제하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나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사과가 윤 후보 부부의 진심이길 기대한다”면서도 “김 씨 문제에 대한 국민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제가 없어져도 좋아" 울먹이며 ‘남편’ 13차례 언급
긴머리 대신 단발머리로 등장, “남은 선거기간 조용히 반성” 입장문 읽고 문답없이 자리 떠… “어렵게 가진 아이 잃어” 공개도 尹측 “金씨가 사과문 직접 써”
“남편이 저 때문에 너무 어려운 입장이 돼 정말 괴롭습니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게 있었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경력 허위 기재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2일 만이다.
김 씨는 이날 울먹이는 목소리로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며 극도로 자세를 낮췄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만 충실히 하겠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김 씨가 비공개로 전국 봉사활동을 시작하거나 신년이나 설을 계기로 윤 후보와 공개 석상에 등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 씨 “제가 없어져도 좋아…”
이날 검은색 투피스에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검은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난 김 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마스크를 벗은 뒤 떨리는 음성으로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A4 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긴 머리를 자르고 단발머리로 나타난 김 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전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에 대해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울 줄만 알았다”면서도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도 자신감이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하며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옷) 입어라’ 걱정해 주던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 때문에 제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겠다”고 했다. 또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로 사과를 마쳤다. 김 씨는 이날 ‘윤석열’을 두 차례, ‘남편’을 13차례 언급했다. 또 잘못(5회), 죄송(2회), 사죄(2회), 부족(2회), 불찰(1회) 등의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김 씨는 이날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시선은 줄곧 아래를 향했다. 사과를 마친 뒤 90도로 다시 허리를 숙였다. 단상에서 내려와 뒤돌아선 뒤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 “몸과 마음 지쳐 아이 잃어” 유산 언급
김 씨는 허위 경력 논란이 윤 후보에게 대형 악재가 되자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김 씨가) 사과문을 직접 썼고 윤 후보에게도 한번 읽어봐 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사과문에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가정사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윤 후보가 주도하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파문으로 충격을 받아 좌천을 이어갈 당시 유산했던 경험까지 직접 언급한 것.
김 씨가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것은 앞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할 경우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윤 후보의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변인은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 석상에 나타나야 하는 일들은 나름대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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