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무기화 움직임…車업체들 공급난 비상등
모터 소재 네오디뮴 中서 80% 공급…수요 늘며 가격 1년새 165% 급등
GM, 합작 자석 공장 설립 추진…BMW, 구리-철로 소재 대체 나서
국내업체도 ‘희토류 프리’ 기술 박차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핵심 소재인 희토류 생산 기업들을 통합·재편하면서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 세계 희토류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남부지역 채굴업체 3곳을 합병한 ‘중국희토류그룹’을 출범시키자 앞으로 희토류 생산 및 수출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모터와 배터리 원자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희토류 무기화’ 화약고까지 더해지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기차 모터 소재로 쓰이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 희토류 가격은 지난달 기준 각각 kg당 461달러(약 55만 원), 130달러(약 15만 원)로 지난해 평균치보다 각각 77%, 165% 올랐다. 올해 희토류 가격의 급등세는 주요 생산지인 중국의 전력난과 미얀마 쿠데타 등으로 공급은 부족했던 반면 팬데믹 완화와 함께 전기차 등 신에너지산업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의 차량 원가 비중(17%)은 배터리(59%) 다음으로 높다. 모터 성능을 높이려면 자력이 강한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주로 사용하는데 모터 1개당 1kg 이상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원자재인 희토류 가격이 높아질수록 영구자석과 모터 값이 오르고 차량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과거 내연기관차 위주의 자동차 시장에서 일부 하이브리드 부품 소재로 소량 들어가던 희토류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아 신차 성능과 가격을 좌우하는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위해 원가를 줄여야 하는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희토류의 높은 중국 의존도가 숙제다. 영구자석 핵심 소재인 네오디뮴은 약 80%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이 기존 6개로 운영하던 국유 희토류 기업을 북부(경희토류), 남부(중희토류)에 한 개씩 사실상 ‘빅2’ 체제로 재편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9월에는 세계 비축 수요가 증가해 중국의 희토류 영구자석 소재 수출량이 사상 최대인 4602t을 기록했다.
희토류 공급망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다. GM은 이달 9일 현지 희토류 채굴 업체인 MP머티리얼스와 전기모터용 희토류, 자석 등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독일 자석 제조사인 VAC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내 희토류 자석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독일 BMW는 최근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에 희토류 대신 구리와 철을 쓴 모터 시스템을 적용했고 일본 닛산도 전기차 ‘아리야’에 희토류가 없는 모터를 사용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희토류 프리’ 기술 개발에 분주하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전기모터에 희토류를 줄이거나 대체 원료를 이용한 2, 3종의 선행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사인 성림첨단산업은 내년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경북지역에 건립할 계획이다. 울산대 등 국내 연구진도 희토류를 쓰지 않는 영구자석 개발 성과를 내놓고 있다.
희토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친환경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희토류는 추출 과정에서 토륨이나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암모니아, 염산, 황산염 같은 엄청난 양의 발암성 화합물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희토류 1t을 처리하는 데 최대 2000t의 유독성 폐기물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희토류 외에 배터리 소재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합종연횡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고 포스코케미칼은 GM과 미국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벨기에 음극재 기업인 유미코어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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