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월북’이후 탈북민 사회 술렁… “남북관계 악화후 차별 더 심해져”
생활고-구직과정 좌절감도 토로… 전문가 “소속감 갖도록 도와야”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 심정을 알 것 같아요. 월북이 겁나지만, 여기 사는 게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더 힘들었으니까 그랬던 거 아닐까요.”(안모 씨·47·서울 양천구 거주)
1일 한 탈북민이 최전방 철책을 넘어 재입북한 사실이 알려진 뒤 탈북민 사회가 뒤숭숭한 모습이다. 월북 이유가 뚜렷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생활고를 겪었고, 한국 사회 적응을 어려워했다고 전해지자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일부 동정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2005년 탈북 후 한국에서 같은 탈북 여성과 가정을 꾸린 안 씨는 “아이 친구들이 ‘너희 아빠 저쪽에서 온 사람이다’ ‘나라 배신하고 온 도망자다’라고 했다는 얘길 들으면 큰 상처가 된다”며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지만 월북한 분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한 탈북민은 전체의 18.5%로 2020년(14.8%)보다 3.7%포인트 늘었다.
탈북민 중엔 특히 최근 차별적 시선이 강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탈북자 출신인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핵무기나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면 차별 발언이 심해지는 걸 느낀다”며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의 피해자인 만큼 정권과 분리해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에선 응답자의 20.9%가 “지난 1년간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고용 시장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많다. 2014년 어머니와 탈북해 2017년 한국에 온 문모 씨(24)는 “20, 30대 탈북민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업 교육을 받지 못해 상당수가 막노동을 한다”며 “평생 경제적 하위 계층으로 살 수도 있다는 좌절감을 느끼고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들도 없지 않다”고 했다.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탈북해 김포공항에서 6년간 물품 검수 일을 했다는 탈북민 김모 씨(58)는 “취업 자체도 어렵지만 우리는 막상 일을 시작해도 남한 사람들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일부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탈북민의 월평균 임금은 204만7000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264만3000원)의 77.4%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쌀이 없어서 북쪽으로 돌아갔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어봤다”면서 “(탈북민들이) 관계가 단절되고 차별과 소외를 겪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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