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일으키던 균의 화려한 변신… ‘먹는 코로나19 백신’이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0일 03시 00분


국내 연구팀, 후보물질 개발 성공

인체의 소장과 대장에 사는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추진된다. 장내 미생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분비하도록 만든 백신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화이자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 게임 체인저가 된 것처럼 장내 미생물로 만든 백신이 개발되면 더 손쉽게 전 세계에 백신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72시간 이내 바이러스 단백질 분비해 중화항체 8000배 증가

윤원석 고려대 의대 알레르기면역연구소 교수와 방일수 조선대 치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살모넬라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를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재조합한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 후보물질은 인체에 들어가면 소화기를 따라 이동해 소장에서 바이러스 단백질(항원)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항원에 반응하도록 면역계가 작동하면서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긴다.

연구팀은 4000∼1만 종에 이르는 장내 미생물 중 살모넬라균을 선택했다. 사람 몸에 해가 적고 입으로 삼켜도 위와 장 환경을 견뎌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살모넬라균은 세균이지만 바이러스처럼 점막 세포를 감염시켜 면역세포에 항원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며 “균주를 먹는 것 자체도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백신 후보물질을 쥐에게 2주 간격으로 3회 투여했다. 실험 결과 혈액 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백신을 먹지 않은 쥐보다 8000배 이상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없애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 수치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이달 1일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 ‘백신’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또 국내에 ‘재조합 살모넬라 균주를 이용한 COVID-19 백신균주’라는 명칭으로 특허도 출원했다.
○ 다른 백신보다 안전하고 불평등 문제 해결 가능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먹는 백신의 필요성에 공감해왔다. 하지만 주사형 백신만으로도 감염병 제어가 충분했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 세계 백신 수요가 늘어나고 국가별 백신 공급 불평등 문제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구용 백신 개발 필요성이 높아졌다.

윤 교수는 “경구용 백신은 생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해 mRNA 백신의 한계와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로 전문가 없이 스스로 복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방식의 백신보다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백신 설계 과정에서부터 인체에 해가 없는 균주를 고를 수 있다. 윤 교수는 “살모넬라균은 식중독 균이지만 백신 제조 과정에서 독성을 약화시켜 설사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균이 반(半)가사 상태로 체내에 들어가므로 약 72시간 동안 바이러스 단백질을 분비한 다음에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해외는 우리보다 경구용 백신 개발이 앞서 있다.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오라메드제약과 인도의 경구약물전달 시스템 개발업체인 프레마스바이오테크의 합작투자사인 오라백스가 코로나19 경구용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오라백스는 코로나19 경구용 백신으로는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업체다. 효모를 이용하며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비롯한 바이러스 단백질 3종을 표적으로 삼아 감염을 예방한다.

연말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한 오라백스 측은 “여러 단백질 부위를 인식하는 만큼 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돌연변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부위이므로 델타 변이 등에도 우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식중독 균#먹는 코로나 백신#후보물질 국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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