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중증도와 사망률이 현저히 높은 이유를 밝혀냈다. 연령이 높을수록 신체 방어를 제어하는 단백질이 과하게 발현되고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과하게 활성화되면서 정상세포를 공격하고 심각한 염증을 유발한 결과라는 것이다. 고령층에 필요한 중증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바이러스연구센터장 연구팀이 고령층 코로나19 감염 중증도와 전파율이 저연령 감염자보다 높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족제비과 포유류인 페렛을 6개월 이하, 1년 이상 2년 이하, 3년 이상으로 나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병원성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6개월 이하 페렛은 병원성과 증식성이 낮아 밀접 접촉한 다른 동물을 전파시키지 않았다. 병원성은 감염으로 병을 일으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3년 이상의 고연령 페렛은 바이러스 증식성이 높아 다른 동물을 감염시키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폐에서는 바이러스 리보핵산(RNA) 양성 세포가 다수 검출됐고 중증 폐병변이 나타나는 등 중증도도 높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RNA 염기서열분석법으로 감염된 폐 조직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연령 페렛에서는 빠른 면역 반응 후 조직 재생을 위한 다양한 유전자 발현이 늘어났다.
하지만 고연령 페렛에서는 감염 초기부터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상이 현저히 증가하고 면역세포가 과하게 활성화돼 심각한 염증이 생겼다. 사이토카인은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로 ‘케모카인’ ‘제1형 인터페론’ 등이 대표적이다. 과하게 발현하면 바이러스는 물론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발생한다.
실험 결과는 중증을 겪거나 사망한 코로나19 환자에게 나타나는 면역학적 변화와 매우 유사했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와 고연령 페렛의 유전체 비교 결과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제1형 인터페론과 면역세포의 일종인 M1 대식세포 과활성이 고령층에서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최영기 센터장은 “숙주의 연령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전파율이 큰 차이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중증 및 고령층 환자를 위한 맞춤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10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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