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오가며 활동 사토 유키에
록-포크-시티팝 등 200장 소개
“재일한국인 록가수 하쿠류, 진짜 용기있는 가수라 깊이 다뤄
3년간 고생하며 한국어로 책 써”
“3년간 고생하며 책을 쓰고 나니 이제야 한국어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하.”
11일 일본 음악가 사토 유키에 씨(58)가 사는 서울 마포구 자택 응접실에는 LP레코드 수천 장이 들어차 있었다. 그가 최근 ‘일본 LP 명반 가이드북’(안나푸르나·사진)을 내놨다. 록, 포크, 시티팝, 일본 가요 등 네 가지 장르에 걸쳐 말 그대로 LP로 들으면 좋은 일본 음반 200장을 모아 사진과 함께 해설한 책이다.
제시 요시카와 & 블루 코멧츠, 스파이더스 등 1960년대 일본 록 태동기의 전설적 그룹사운드부터 안리, 다케우치 마리야 등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시티팝 가수까지 두루 다뤘다.
“집필을 시작한 2018년 이후 예상치 못한 두 가지 붐이 일어났습니다. 책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죠.”
하나는 1970, 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대에 나타난 세련된 장르인 시티팝의 복고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쓴 것. 다른 하나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 세계의 폭발이다. 특히 ‘가요’ 챕터의 첫 음반이자 기념비적 노래인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 해설을 다시 써야 했다고. 1963년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인데 ‘BTS가 1위를 차지할 때까지…’라는 대목을 넣었다.
1960∼80년대 음반을 주로 다룬 책에 사토 씨는 앨범 해설뿐 아니라 간략한 일본 대중음악사도 곁들였다. 중학생 때부터 음반을 모은 그의 방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당대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을 ‘감초’로 보탰다.
한국적 록을 구사하는 밴드 ‘곱창전골’을 결성하고 1999년 데뷔한 뒤 한일을 오간 그는 양국 모두에 애정이 유별나다. 재일한국인 록 가수 하쿠류를 다룬 챕터에 공을 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연예계에서는 아직도 재일한국인 후손임을 숨기고 활동하는 이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1981년에 스스로 재일교포라고 밝히고 ‘아리랑의 노래’로 데뷔해 ‘코슈시티(光州City)’라는 곡에 5·18민주화운동 이야기를 담은 하쿠류는 진짜 용기 있는 가수였죠.”
사토 씨는 1995년 한국에 와 신중현의 음악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 뒤 일본에 돌아가 NHK TV 강좌를 보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곱창전골로 활동하다 한국인과 결혼해 서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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