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군이 일본 자위대 기지에 무인기(드론)를 일시 배치하려 한다고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자위대 기지에서 미군 드론이 운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사실상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가고시마현 해상자위대 가노야(鹿屋) 항공기지에 7기 안팎의 미군 드론 MQ9를 일시 배치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 이르면 올봄 이후 배치해 1년 정도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미군 관계자 약 100명이 운용과 정비를 담당한다.
MQ9는 정찰과 공격 목적으로 개발됐다. 특히 공격용 ‘MQ9 리퍼’는 폭 18m의 대형 드론이다. 무장한 채 7500m 상공에서 14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며 소리 없이 공격할 수 있어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 2020년 1월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개 암살할 때도 이 드론이 쓰였다.
미일은 앞서 7일 외교·국방장관 ‘2+2’ 화상회의에서 해양 진출 움직임을 강화하는 중국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한 정찰 활동 등을 위해 양국 시설 공동 사용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부가 일본 서남단 경계와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가노야 항공기지에 미군 드론을 배치하려 하는 것은 이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NHK방송은 전했다. 일본 서남단은 가고시마와 대만 사이 동중국해 일대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양국은 안보 관련 협력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자국 방위력을 강화하려는 일본과 방위비 부담을 줄이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1일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일본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이른바 ‘적(敵) 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 강화를 위한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17일 정기국회 개원 연설에서 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대 전략문서를 연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선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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