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창업보육센터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한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2021년 3분기 기준 누적매출액 760억 원, 투자유치액 266.8억 원, 일자리창출 618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
참고로 지난 2020년 12월,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규모를 확대해 최대 70개 입주기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그린타워 8층과 9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오픈키친을 영상 촬영에 용이하도록 재구성했으며, 식품 기본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R&D랩실, 영상 촬영을 위한 미디어룸 등도 마련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입주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데 집중하는 '네트워크'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전시회, 판매 행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위해 판로개척을 다각화했고(유통 대기업 협업 및 크라우드펀딩 지원 등),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이외에도 식품 디자인, 홍보 영상 촬영, 특허 출원 등 이종 기업을 연계 지원한다. 센터와 입주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아래는 홍삼에 건강 기능 식품 원료를 배합해 홍삼 건강 식품을 개발한 풍기농장 김보형 대표의 인터뷰다.
홍삼에 ‘소비자 타겟’을 담았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풍기농장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김보형 대표(이하 김 대표): 풍기농장은 홍삼을 다루는 업체다. 고려 인삼의 본 고장인 풍기는 토지, 지형, 기후 등 인삼 재배의 최적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타 지방에서 생산한 인삼 대비 향이 강하고, 사포닌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품질 좋은 풍기 인삼에 건강 기능 원료를 배합한 건강 기능 인삼을 개발하고 있다.
IT동아: 인삼에 추가로 건강 기능 원료를 넣었다는 뜻인가.
김 대표: 맞다. 소비자의 연령, 성별, 용도 등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개발한 ‘더 레이디(The Lady) 스틱’은 식약청에서 건강 기능 식품 원료로 고지한 ‘가르시니아’를 배합한 스틱형 홍삼 제품이다. 가르니시아는 체지방 분해에 도움을 주는 인도산 열매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원료다. 다만, 과다 섭취 시 단기간에 체지방 분해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동시에 면역력 감소, 영양분 소실 등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홍삼에 가르니시아를 적절하게 배합해 부작용은 줄이고, 체지방 분해 효과는 그대로 얻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IT동아: 적절한 배합? 애매한 표현이다.
김 대표: 하하.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가르시니아는 체지방 분해 효과는 분명하지만, 고함량 섭취 시 부작용이 나타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것이 흡수율이다. 흡수율을 높이면, 적정 용량 이상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이에 가르니시아를 액상 형태로 제조해 홍삼과 배합했다.
열에 약한 가르니시아는 대부분 분말 형태로 들여오는데, 분말 형태의 가르니시아는 흰색의 무색무취로 다른 식재료와 배합해도 맛을 헤치지 않는다. 하지만, 열을 가해 액상으로 제조하면 맛이 변한다. 끈끈한 점성이 생기면서, 색깔로 노란빛으로 바뀌고, 맛은 달달해지면서 비릿해진다. 즉, 기존 식재료와 배합 시 맛이 변할 수 있다.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액상으로 제조해야 하는데, 홍삼과 배합하면 맛이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배합 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IT동아: 홍삼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배합 비율 이전에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함량도 찾아야 하지 않나.
김 대표: 맞다. 부작용 방지에 정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2019년 5월부터 제품을 개발하고, 2020년 7월 풍기농장을 창업했으니… 1년 이상 제품 개발에 시간을 할애한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르니시아 부작용 사례는 정말 많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은 단기간에 살을 빼려고 평소보다 식단을 줄이고, 운동을 하면서, 섭취 허용 한계치에 가까운 가르니시아를 함량 제품을 먹기 때문이다. 식사량 조절만으로도 몸의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섭취하지 않던 가르니시아를 최고치로 먹으니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두통, 심장 두근거림 등 고통을 호소한다.
때문에 식약처도 가르시니아를 넣은 제품 허가를 잘 안내준다. 소비자 불만 신고가 많이 들어오니 당연한 조치다.
이에 제품을 개발하면서 한의사를 찾아갔고, 가르니시아와 거의 같은 효과를 내는 ‘마황’과 비교하며 적정 비율을 찾았다. 참고로 체지방 분해 효과와 함게 입맛을 떨구는 마황은 한의사 처방이 없으면 섭취할 수 없는 한약재다.
최종 제품을 완성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품을 생산해도 괜찮다’는 답변을 얻고 나서 풍기농장을 창업했다. 홍삼 본연의 맛을 살리며, 가르니시아를 분말이 아닌 액상으로 제조해 체내 흡수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방지한 제품이 ‘더 레이디 스틱’이다.
IT동아: 실제 효과를 얻은 고객 사례가 있는지.
김 대표: 첫 시제품을 선보인 뒤, 박람회, 여성 동호외, 판촉 행사 등을 통해 체험단을 운영했다. 평소와 똑같이 식사하면서 더 레이디 스틱을 섭취하고 변화를 측정했다. 한달 정도 지난 뒤 1.5~2kg의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다만, 아무래도 다이어트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다이어트 제품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단을 줄이고, 운동을 병행하면서 체중 감량을 더 높일 수도 있고.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약속할 수 있다. 더 레이디 스틱은 한의사를 통해 검증받고 식약처를 통해 인정받은, 부작용 없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평소 식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웃음).
제게 홍삼은 일상이었습니다
IT동아: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 대표: 음… 어릴 때부터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첫째인 내게 자연스럽게 사업하시면서 어려웠던 일이나 좋았던 일을 얘기하셨는데, 그런 대화를 통해 ‘내 일’, ‘내 사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창업한 것은 아니다. 첫 직장은 증권사에서 시작했다. 대학교도 회계학을 전공했고. 그런데 언젠가 출산 휴가를 떠난 직원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아, 어쩌면 나도 안전한 상황은 아니구나’라고 현실을 자각했다. 공채 인원도 점점 줄고…,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웃음).
IT동아: 증권사 직원이 홍삼을 개발했다는 이야기인가(웃음).
김 대표: 하하. 태어날 때부터 아팠었다. 태어난지 3일만에 인큐베이터 안에서 수술을 받았다. 심장과 식도에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사망 확률은 90%였다고 하더라. 태어나자마자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병원에서 어머니에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태를 알려주지 않아, 3개월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그 때부터 부모님께서 건강 식품을 많이 챙겨주셨는데, 내게는 그저 당연한 일상이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검사하고 치료도 받았었고. 사실 부모님께서 자세한 사정을 알려주시지 않아 어릴 때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와 같이 사는 줄 알았다. 중학교에 올라가서야 알게됐다. 돌이켜보면 아버지께서 운동을 참 많이 시키셨다(웃음).
첫 직장에서 창업을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에 자연스럽게 운동, 건강을 떠올린 이유다. 그러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사는 대학교 친구를 통해 사과, 인삼 농사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방향을 잡았다. 직접 인삼 공장에 찾아가 견학하고, 인삼 경매부터 홍삼 제조 과정, 농축액 제조 과정 등을 겪으며 창업을 준비했다. 금산, 강화도, 풍기, 홍삼 공장, 경매장, 인삼 시장 등… 참 많이 돌아다녔다.
IT동아: 회사에 다닐 때가 그립지는 않은지.
김 대표: 지금이 재미있다. 물론, 재미가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웃음). 많이 배우고 있고, 매 순간 노력하면서 지내고자 한다. 다행스럽게도 예상보다 많이 찾아주신다. 2020년 11월 상하이 국제수입 박람회, 2020년 11월 워싱턴 판촉전, 2021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 소비재전, 2021년 2월 두바이GUL FOOD 박람회, 2021년 5월 중국 하우커우시 국제 소비재 전시회 등 해외에서 제품을 선보였다.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한국 음식이 면역력에 좋다는 인식이 세계에 퍼지면서, 김치, 인삼, 홍삼 등에 관심이 많다. 스타트업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유통 업체 한 곳과 계약도 맺었다. 아직 제품 대부분 한인타운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지표는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IT동아: 이제 시작인 셈이다.
김 대표: 2021년 5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국내에서도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더 레이디 스틱’ 이외에도 고함량(26mg 이상)의 진세노사이드를 넣은 ‘더 프리미엄(The Premium) 스틱’, 꿀물처럼 타 먹을 수 있는 ‘홍삼청’, 요리할 때 맛을 낼 수 있는 ‘드레싱 소스’, 남성을 위한 ‘더 젠틀맨 스틱’ 등도 개발했다.
가장 최근 개발한 ‘더 젠틀맨 스틱’은 간 기능 회복과 피로 회복, 숙취 회복 등에 중점을 둬 헛개 꿀을 배합 홍삼 스틱이다. 배합 비율도 완성했고, 제품 디자인(패키지 디자인)도 끝마쳤다. 앞으로도 홍삼을 활용해 다양한 건강 기능 식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의견도 반영해 기존 제품도 개선해나가고 있고… 풍기농장이 만들고 있는 ‘진한 홍삼’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