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를 지켜본 세계는 불안하다. 유일 초강대국의 입지를 잃어가는 미국은 자유세계의 방패를 계속 자처할 수 있을까.
저자는 1998년 미군 소령 복무 시절 내놓은 책 ‘직무유기: 존슨, 맥나마라, 합동참모본부, 그리고 베트남전을 발발시킨 거짓말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월남전은 결정권자들의 무지와 오만 때문에 지상군 투입 전 이미 진 전쟁’이라는 요지였다.
2017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그는 13개월 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해임’으로 물러났다. 이후 2020년 발표한 이 책에서 그는 미국 외교안보의 현실과 한계, 미국이 대면해야하는 경쟁자와 적들을 자신의 관점으로 짚어나간다.
저자에게 미국 외교안보의 근원적 약점은 정치학자 한스 모겐소가 제시한 ‘전략적 자아도취(strategic narcissism)’로 요약된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미국의 결정과 계획에 따라서만 이루어진다고 전제하는 관점이다. 이런 관점은 터무니없는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이어졌다.
냉전 종식 직후 미국은 이념과 패권 경쟁, 군사적 경쟁이 막을 내렸다는 ‘역사의 종말’식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정반대로 2008년 이후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이라크-아프간으로 대변되는 국제 개입의 문제점이 이어지면서 비관주의와 체념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낙관과 비관을 넘어서면서 미국이 마주한 ‘전선’들을 차례로 살펴본다.
먼저 러시아는 그들의 민화에 나오는 대로 ‘이웃의 소를 죽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신이 강해지지 못한다면 경쟁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생존을 모색하는 전략이다. 그 최신 무기는 ‘거짓 정보’다. 러시아 차세대 전쟁작전(RNGW)이라고 불리는 사이버 정보전을 통해 끝없이 거짓 선전을 전파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해 미국 사회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국의 전략은 ‘기존 질서의 대체’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수립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규칙으로 대체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술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화웨이와 같은 회사들은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데 핵심적인 정보들을 빼내왔다고 그는 역설한다.
7개 장(章) 중 여섯 번째 장은 북한 문제에 할애한다. 저자는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과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북한에 시간만 벌어준 ‘분명한 실패’로 규정한다. 한편으로 중국이 역사의 기억을 이용해 한국과 일본 사이를 분열시키려 한다며 경계한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면 막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각국이 역할을 다하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북한문제 해법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은 나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바라던 책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세상은 트럼프에 대한 공격을 원하겠지만 자신은 당파를 넘어서는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서평 제목은 ‘맥마스터의 회상은 역사에는 엄중했지만 트럼프에 대해서는 가벼웠다’였다. 푸틴의 정보전을 트럼프가 조장했지만 이에 대한 추궁은 적었다는 것이다. ‘디플로매틱 쿠리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대로 운영됐다면 외교정책들이 어땠을 지를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며 이 책을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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