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대표 연예인이라 할 수 있는 래퍼 이영지가 한 말이다. ‘Z세대 유행’ ‘Z세대가 온다’ 등 신문 기사나 책 제목에 ‘Z세대’라는 말이 들어가는 게 이제는 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Z세대를 이야기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자 한다. 그런데 정작 Z세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일단 기존 세대와 이들이 ‘뭔가 다르긴 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테다.
Z세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싶어 하는 곳은 기업 마케팅 부서다. 늘 미래 고객과 트렌드를 좇아야 하지만 다음엔 어떤 게 유행할지, 어떤 밈(meme)이 탄생할지 분석해봐도 정답을 맞히기가 쉽지 않다. 범위는 넓고, 공부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 Z세대 트렌드를 살펴보자.
Z세대 글쓰기
온라인상에서 맛집을 찾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에 ‘??역 맛집’을 검색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 지났다. ‘요즘 애들은 검색을 유튜브로 한다니까 유튜브에서 찾아보겠지’ 생각했다면 그것도 오산. Z세대는 트위터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집 해시태그를 만들어 팬들끼리 공유한다. 아이돌그룹 NCT 멤버 태용의 팬들은 #태용아_먹어보태용, EXO 멤버 백현의 팬들은 #백현이를_위한_맛집투어 같은 해시태그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검색하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먹이고 싶을 정도의 진짜 맛집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또한 통성명하는 것처럼 MBTI(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를 물어봐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싫어하는 것은 피하려 한다. MBTI 외에도 다양한 테스트가 유행했다. 심리 퍼스널 컬러를 찾거나, 내가 영화 등장인물이라면 어떤 캐릭터였을지 등을 테스트하며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친구와 결과를 공유한다. 일주일만 지나도 또 다른 테스트가 나오고, 캐릭터를 조합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만드는 등 눈만 감았다 뜨면 Z세대 유행은 변해 있다.
사용하는 플랫폼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취미도 다양한 Z세대를 따라가고 싶다면 그들이 지금 익숙해 있는 것과 낯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필자도 Z세대 표본인 1997년생이다. 처음 기고 제안을 받고 어리둥절하게 여긴 건 ‘원고지’라는 단어였다. 원고지라는 말은 초교를 졸업한 이후로 들어본 적 없고, 타이핑할 때 워드나 한글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 글을 비롯해 모든 타이핑을 할 때는 협업 툴 ‘노션’을 활용한다. 아마 길 가는 Z세대를 붙잡고 물어보면 10명 중 8명은 노션을 쓴다고 할 것이다.
그럼 노션은 뭐고, 그걸 사용하면 뭐가 좋은지 궁금할 수 있다. 노션은 단순히 타이핑만하는 것만이 아니라, 작업 내용을 팀원이나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툴이다. 링크를 전달할 수도 있지만 워크 스페이스를 만들어 팀원들의 모든 문서를 올리는 홈페이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노션을 사용하면 동료와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노션만 봐도 Z세대 특징이 보인다. Z세대는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한 세대다.
공간 창조의 달인
과거에는 ‘공간 활용 마케팅’ 하면 흔히 ‘팝업스토어’나 ‘방탈출’ 정도를 생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동에 제한이 생기고 시간과 인원에 제약이 따르자 Z세대는 활동을 포기하는 대신 공간 만들기를 선택했다.
대표적인 게 메타버스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신입생은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했다. 오죽하면 20학번부터 22학번까지 모두 신입생이라고 할 정도로 학교를 제대로 다닌 학생이 없다. 이에 대학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 축제 등을 못 하게 됐지만, 그 대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그곳에서 활동했다. 건국대는 씽씽이를 타고 캠퍼스를 돌아다니거나 방탈출 게임, 마스코트 찾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대학뿐 아니라 명품 매장, 아이돌 콘서트도 메타버스라는 공간에 마련돼 코로나19 시국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메타버스까지 가지 않아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 중 하나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이 있다. 회사 사람 또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설정한 프로필을 공개하며 자신을 드러내거나 감추는 공간이다. 또한 최근 노션과 비슷한 워크 툴로 사용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SaaS)가 많아지고 있는데, ‘슬랙’은 카카오톡과 기능은 유사하지만 다른 플랫폼을 활용해 활동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회사에 앉아 있는 나와 퇴근한 나를 분리해 생각하며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처럼, 회사 의자에 앉으면 슬랙이라는 공간과 연결되고 의자에서 일어나 퇴근하면 카카오톡에 입장하는 식이다.
‘부캐’ 만들기가 일상
이는 지난해 유행한 ‘부캐’ 만들기와도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특정 세계관을 생성해 ‘본캐’와 ‘부캐’를 만드는 것처럼, Z세대는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분리하며 살아간다. 이런 상황이 익숙해지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나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골프, 테니스 같은 취미의 의미가 다양하고 중요해지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도 하나만 쓰지 않고 취미 계정, 먹거리 계정, 여행 계정 등 용도에 따라 각각 만드는 경우가 많아진 것만 봐도 그렇다. 기업 마케팅을 살펴봐도 세계관을 창조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런 일에 익숙해 있다 보니 관련 마케팅에 더 큰 재미를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 공간을 만드는 건 장대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하고도 당연한 일이 됐다. 2022년에도 공간에 대한 유행은 지속될 것이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면서 서울 성수동 일대 팝업스토어 밀집지역은 이미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활발하게 활동한 가상공간에 익숙한 Z세대는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그 가상공간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굳이 밖에 나가야 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생길 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서울 여의도 IFC몰에 방탈출 공간을 만든 한편, 온라인 체험형 콘텐츠를 만들어 참여할 수 있게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Z세대는 가상공간을 통해 소통하고 인원 및 시간 제한을 넘어선다. 앞으로도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그 공간을 연결하는 기능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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