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긴축 공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휘청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1월에만 코스피가 10% 이상 급락해 시가총액 109조 원이 증발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주가와 채권, 원화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도 계속되고 있다.
설 연휴 기간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사이 미국 뉴욕 증시는 다행히 3거래일 연속 올랐다. 나스닥 상승률은 7.4%에 이른다. 하지만 증시를 떠나야 할지, 금리 인상기에 어떤 종목으로 갈아타야 할지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에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V자 반등 기대하기 어려워”
2일 본보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스피는 올 상반기(1∼6월) 대체로 2,600∼2,950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코스피가 올해 3,000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 센터장은 2명에 그쳤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더 공격적인 긴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상황에서 시장은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텨낼 체력이 되느냐에 의구심을 갖고있다”며 코스피 하단을 2,500대 후반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올 들어 세계 증시의 시총은 7%가량 사라졌다. 이 중 국내 증시 시총은 10.8% 감소해 세계 47개국 증시 가운데 5번째로 하락률이 높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겹겹 악재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줄면서 국내 증시의 충격이 더 크다”며 “추세적인 반등은 2분기(4∼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향후 금융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연준의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완화 여부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일제히 꼽았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이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센터장들은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4, 5회로 관측했다. 특히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선제적으로 3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연내에 1, 2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 “기술주 올인 시대 끝나”
전문가들은 2월 한 달간은 주식 비중을 낮추고 투자금의 20∼30%는 현금으로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동학개미’들이 그동안 많이 투자했던 빅테크 등 기술주에 편중하지 말고 목표 수익률을 낮추라는 조언도 많았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월에 바닥을 다질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며 “3월 이후 정유, 보험, 2차전지, 자동차 등 관련 종목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대한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실적이 좋은 종목과 금리 인상기에 유리한 금융주를 눈여겨보되 안전하게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고배당 종목도 찾아서 투자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기술주나 성장주의 옥석 가리기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석모 센터장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같은 빅테크는 여전히 실적이 좋은 만큼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라고 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600대로 떨어진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반도체, 정보기술(IT) 종목에 분산투자하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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