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세포) 치료법’을 받은 혈액암 환자가 치료 10년 후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암 면역을 만들어주는 CAR-T세포가 몸속에 계속 남아 치료 효과가 10년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프 멜른호스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병리학과 교수와 칼 준 면역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2010년 CAR-T세포 치료를 받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환자 2명을 최근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관해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관해는 암 치료에서 증상과 암세포가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준 교수는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침내 CAR-T세포로 치료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AR-T세포는 바이러스나 암세포와 싸우는 백혈구인 T세포를 원하는 세포만 골라 없앨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면역세포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뽑아낸 다음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에만 붙도록 만든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T세포 표면에 만들도록 세포 유전자를 조작한다. 유전자 전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도 활용되는 바이러스 전달체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 등이 쓰인다. 단일 CAR-T세포를 복제해 수억 개로 늘린 후 다시 몸속에 집어넣으면 CAR-T세포가 특정 암세포에 유도탄처럼 달려들게 된다.
CAR-T세포 치료법은 혈액암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입된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장기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또 CLL 환자 중 25∼35%가 완치를 경험하나 일부는 재발로 이어지기도 해 장기간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CAR-T세포 임상 1상 시험에 참여한 후 완전 관해를 경험한 더그 올슨(75)과 빌 루드위그의 몸속 CAR-T세포를 10년간 관찰했다. 올슨은 1996년, 루드위그는 2000년 병을 진단받았다. 2010년 당시 이들의 암은 돌연변이가 돼 표준 암 치료법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CAR-T세포 치료를 받은 뒤 수개월 만에 암세포가 사라졌다. 올슨은 하프마라톤을 뛸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루드위그도 캠핑카로 미국 전역을 누릴 만큼 상태가 좋았으나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두 사람의 혈액 속 CAR-T세포를 관찰한 결과 처음에는 세포독성 T세포(CD8+세포)가 주로 나타나다 수년에 걸쳐 보조 T세포(CD4+세포)로 변하며 오랜 기간 암 면역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D4+T세포는 종양세포를 죽이면서도 계속 증식해 장기적으로 면역력을 가지게 한다. 한 명은 치료 9.3년 후 CAR-T세포의 99.6% 이상이 CD4+세포로 나타났고, 다른 한 명도 7.2년 후 CAR-T세포의 97.6%가 CD4+세포로 나타났다. 준 교수는 “마지막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는지 아니면 계속 생겨나다가 사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CAR-T세포가 계속해 몸속을 순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AR-T세포(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항암치료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꺼내 암세포에서 쉽게 발현하는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유전적 변형을 한 뒤 다시 몸 안에 넣어주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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