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A 씨는 2020년 3분기(7∼9월)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인 저가 아파트 12채를 전세를 끼고 ‘갭투자’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인 이른바 ‘갭’은 아버지가 모두 대줬다. ‘아빠 찬스’를 쓴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편법증여가 의심된다고 보고 최근 국세청에 통보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지방 저가 아파트를 사들인 거래 중 편법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저가 아파트는 다주택자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투기성 거래의 표적이 돼 왔다.
국토부는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법인과 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사들인 거래 8만9785건을 조사한 결과 위법이 의심되는 거래 570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정부는 2020년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최고 12%로 높였다. 하지만 저가 아파트는 다주택자여도 기존의 취득세율 1%를 유지하면서 ‘투기의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 저가 아파트는 비(非)규제지역이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빠진다.
이번 조사에서 다양한 위법 의심 거래가 적발됐다. 부동산 법인 대표 B 씨와 아내, 형 등 일가족 3명은 보유 아파트 32채를 B 씨 법인으로 한꺼번에 명의를 옮겼다. 이 법인은 아파트들을 바로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주식처럼 ‘단타매매’를 한 것이다. 또 다른 부동산 법인은 갭투자로 저가 아파트 33채를 사들이면서 법인 대표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개인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법인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개인사업자는 여신전문업체(캐피털사)로부터 받은 기업자금대출로 저가 아파트를 매수했다 적발됐다.
저가 아파트를 사들인 법인, 외지인은 자기 자금을 최소한으로 투입해 단기간에 집을 사고팔며 평균보다 높은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들인 집값은 평균 1억233만 원이었다. 자신의 자금은 집값의 29.8%에 그쳤고, 나머지는 임대보증금을 승계(59.9%)하거나 대출 등으로 충당했다. 일반 아파트 거래에서 자기 자금 비중은 48.1%, 임대보증금 승계 비율은 23.5%인 것과 대조적이다.
집을 사서 단기간에 현지인에게 팔고 빠지는 이른바 ‘단타매매’ 사례도 적지 않았다. 조사 기간 1년 3개월 동안 아파트를 샀다가 판 거래가 6407건으로 전체 거래의 7%가 넘었다. 이들은 평균 129일 만에 집을 되팔았다. 단타매매의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 원. 전체 저가 아파트 거래 평균 차익(1446만 원)보다 20.7% 높았다. 법인, 외지인이 올린 가격으로 집을 매수한 10명 중 4명(40.7%)은 현지인이었다.
충남 천안·아산(약 8000건)과 부산·경남 창원(약 7000건)에서 저가 아파트 거래가 많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오른 가격에 집을 매수한 현지 주민들이 깡통전세 등 위험 부담을 져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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