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한산’ ‘외계+인’ 등 거리두기 강화로 개봉 계속 미뤄
할리우드 공습에 눈치싸움까지… 흥행 톱20중 15편이 한국영화
“극장가 분위기 살아나기 힘들것”
지난달 26일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한국 영화 대작 ‘해적: 도깨비 깃발’, ‘킹메이커’를 두고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풍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연휴 기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탓에 2일까지 ‘해적’은 88만여 명, ‘킹메이커’는 48만여 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다.
두 대작이 오미크론 직격탄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면서 극장가는 더 강한 한파를 겪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3일 현재까지 이달과 다음 달 개봉을 확정한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한국 영화 대작은 0편. ‘해적’, ‘킹메이커’ 개봉을 끝으로 대작이 실종된 것이다.
지난달 개봉하려던 ‘비상선언’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개봉을 연기한 이후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인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초호화 배우들이 출연하는 데다 제작비만 245억 원에 달한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명량’(1762만 명)의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한산: 용의 출현’도 지난해 여름에서 올여름으로 개봉이 연기됐지만 거리 두기 강화 등 변수가 많아 개봉을 장담하기 어렵다. ‘타짜’를 만든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 영화로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이 출연한 ‘브로커’는 각각 지난해 4월과 6월 촬영을 마쳤다. 그러나 이들 영화도 올해 개봉이 예상될 뿐 구체적인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해운대’와 ‘국제시장’ 등 1000만 관객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든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2020년에서 올해로 개봉이 연기됐지만 정확한 개봉 시기는 나오지 않았다.
역대 박스오피스 20위 안에 든 영화 중 한국 영화는 15편으로 ‘부산행’, ‘명량’, ‘신과 함께’ 시리즈 등 대작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국 영화 대작은 관객을 극장가로 이끄는 대표적 유인 콘텐츠인 것.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게 할 한국 영화 대작 없이는 극장가 분위기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개봉을 미루다 하나둘 풀리며 극장가를 점령하는 할리우드 대작도 한국 영화 대작이 개봉일을 두고 눈치 싸움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달과 다음 달 개봉을 확정한 영화는 ‘355’ ‘나일강의 죽음’ ‘언차티드’ ‘더 배트맨’ ‘문폴’ 등 할리우드 대작이 상당수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대작은 거액을 들여 빚어낸 만큼 영화 시장 환경이 가장 좋을 때 개봉해야 하지 않겠느냐. 울고 싶은 심정으로 묵혀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들은 아이맥스(IMAX)관 같은 특수관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관객 붙잡기에 나섰다. CGV는 아이맥스관에서 9일 ‘듄’과 ‘덩케르크’를, 4DX관에선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각각 재개봉한다. 메가박스도 9일 ‘듄’을 돌비시네마관에서 재개봉한다.
CGV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개봉해 팬데믹 국면에서도 740만 관객을 모은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지난달 2일까지 IMAX관 객석 점유율이 43.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반관 점유율 24.3%를 크게 웃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객석을 50∼70%까지만 채울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IMAX관이 관객을 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해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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