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반주 딸린 독창곡으로 익숙한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합창과 함께 듣는다. 성남시립합창단이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합창으로 듣는 겨울 나그네’. 이 합창단의 손동현 상임지휘자가 지휘하고 바리톤 김대수(울산대 교수)가 독창자로 출연한다. 피아니스트 겸 가곡 문헌학자인 유희정이 해설을 맡는다.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는 빈 소년합창단이 노래하는 합창곡으로 친숙하지만 전 24곡 중 다른 곡을 합창으로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합창 버전 악보를 만든 그레고어 마이어(독일 게반트하우스 합창단 지휘자)가 ‘음악이 전달하는 감정은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 더 강력해진다’라고 한 걸 읽고 마음이 움직였죠. 그게 우리가 합창을 하는 이유이니까요.”
2019년 8월 성남시립합창단에 부임한 손 상임지휘자는 취임 반년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맞았다. 여러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밝은 곡들로 청중에게 위로를 주는 데 주력해 왔지만 ‘시대의 슬픔을 그대로 함께 슬퍼하는 것도 예술이 전해주는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겨울 나그네’ 전 24곡마다 편곡된 모습도 각각 다르다. 18곡 ‘폭풍의 아침’은 주변 환경의 묘사가 두드러지는 만큼 독창자 없이 합창단이 노래한다. 10곡 ‘휴식’은 피아노를 뺀 무반주 합창과 독창자가 함께한다. 제목처럼 짙은 고독을 드러내는 12곡 ‘고독’과 20곡 ‘이정표’ 두 곡은 합창 없이 독창자가 노래한다.
대부분의 곡은 독창과 합창이 선율을 주고받거나 합창이 피아노에 반주 역할을 더한다. 소프라노 알토 등의 합창단원이 독창을 맡는 부분도 있다. 14곡 ‘백발’은 독창이 ‘서리가 내려 내 머리를 덮었네’처럼 1인칭으로 노래하는 반면 합창은 ‘그의 머리를 덮었네’처럼 3인칭으로 표현해 흥미롭다고 손 지휘자는 귀띔했다.
“‘겨울 나그네’의 시를 쓴 빌헬름 뮐러나 곡을 붙인 슈베르트 모두 3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났고, 두 사람 모두에게 마지막 단계의 작품이죠. 죽음을 예감하듯 감정적으로 매우 외롭고 춥고 힘겨운 곡입니다. 두 예술가가 빚어낸 사랑과 이별, 상실에 대한 깊은 감정을 합창과 함께 들으면서 위로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손 지휘자는 “오늘날의 음악과 비교할 때 ‘겨울 나그네’에 사용된 음악적 기교와 도구들은 단순하지만 그 감정의 깊이는 놀라울 정도다. 관객들이 계속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데 신경을 쓰며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석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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