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기술, 국가안보 차원서 유출 막아야[기자의 눈/변종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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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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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18년 외국인투자 심사위원회(CFIUS)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재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국방, 에너지, 안보, 국무 등 17개 부처 고위 관계자들을 참여시켰다. 외국인 투자에 따른 새로운 위협요인을 범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관리감독하겠다는 의지였다.

CFIUS에는 외국인 투자에 따른 기술 유출 조사 및 감사를 직권으로 진행하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리스크가 감지되면 대통령에게 “해당 건의 외국인 투자를 중단해 달라”고 권고할 수도 있다. 기술 패권 시대에 기술 유출은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내에서 2차전지 배터리 산업의 기술 유출 우려가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만든 조인트벤처(JV·합작법인)를 통해서다. 완성차 업체들은 장기 계약을 내세워 배터리 기술 관련 노하우 및 정보를 공유하자고 공공연하게 압박해오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계약을 맺은 고객사다 보니 배터리업체들은 무리한 요구라고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다. “적과의 동침이 따로 없다”는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은 배터리 회사가 직면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배터리 밀도와 생산, 제작 등에 관한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한 것이나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2차전지 산업 등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의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 방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배터리 기술에 눈독 들이는 외부 공격을 버텨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요구하는 정보들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직간접으로 도움이 될, 최소한 개발기간을 단축시킬 만한 내밀한 정보들이 다수다. 배터리 출력과 관련한 실험 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중요도가 커도 국내 법 테두리 내에서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핵심 기술의 유출 가능성이 불거질 때 국내기업을 보호해 줄 공식 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CFIUS처럼 국가안보 차원에서 원천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도 “기업이 기술 공유 압박을 받을 때는 정부가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방파제는 너무 허술해서도, 또 너무 늦게 지어서도 안 된다.

#배터리 기술#국가안보#기술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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