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신화’ 페이스북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걸까. 3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플랫폼 주가가 급락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9∼12월)의 실적 부진이지만 경쟁자 틱톡의 급부상으로 인한 이용자 수 정체,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사업에 대한 회의론, 미 당국의 반독점 규제,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앱) 정책 변경 등 악재가 상당해 당분간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페이스북 이용자 수 첫 감소세
이날 메타의 종가는 전일 대비 26.4% 낮은 237.76달러로 마쳤다. 지난해 9월 382.1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불과 반년도 안 돼 15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메타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2320억 달러(278조4000억 원) 감소했다. 이날 메타의 시총 상실분은 미 기업의 일일 시총 감소액 중 가장 많고 또 다른 빅테크 기업 오라클의 시총과 맞먹는다. 주식 14.2%를 보유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재산도 300억 달러(약 36조 원) 증발했다.
더 큰 문제는 페이스북의 이용자 수가 틱톡 등 경쟁업체에 밀리며 2004년 창사 후 처음 감소세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는 지난해 3분기(7∼9월) 19억3000만 명에서 지난해 4분기(10∼12월) 19억2900만 명으로 줄었다. 특히 젊은층이 페이스북을 외면하면서 전반적인 이용자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애플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페이스북 등 주요 앱에 “고객 정보를 사용할 때 반드시 이용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라”는 정책을 도입한 것도 주요 수입원인 맞춤형 광고 사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금처럼 아이폰 이용자의 고객 정보를 분석한 광고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반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를 상대하는 구글은 페이스북의 온라인 광고 점유율을 빼앗으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메타 측은 애플의 앱 정책 변경으로 올해에만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가 차세대 먹거리로 밀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이 지난해에만 100억 달러의 손실을 봤고 올해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독점 조사 등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경제매체 CNBC의 유명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현재 증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메타의 주가는 당분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저커버그, 충혈된 눈으로 회의 참석
블룸버그는 저커버그 창업자가 3일 직원 비대면 회의 때 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등장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주가 급락 여파로 큰 충격을 받은 그가 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으나 저커버그 측은 “각막에 문제가 생겼다”며 부인했다.
메타 여파로 이날 나스닥 지수와 주요 빅테크 업체의 주가 또한 모두 급락했다. 나스닥은 전일 대비 3.7% 하락했다. 아마존(―7.8%), 트위터(―5.6%) 마이크로소프트(―3.9%), 구글 모기업 알파벳(―3.3%)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주가도 떨어졌다.
뉴욕 증시 충격에도 4일 한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7%(42.44포인트) 오른 2,750.26, 코스닥은 1.26%(11.27포인트) 상승한 902.87로 마쳤다. 다만 앞서 낙폭이 컸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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