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리품 된 지방선거, ‘아웃사이더 대통령’ 앞두고 다시 출렁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2월 6일 10시 14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3월 9일 20대 대선이 끝나고 84일이 지나면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를 치른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선거가 대선 그림자에 묻힐 상황이지만 거대 양당은 지방선거 레이스를 더 늦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고, 국민의힘은 당 소속 예비후보자들의 선거 띠 착용, 현수막 설치, 명함 배부 등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선에 맞춰진 선거운동 초점이 지방선거 도전자들로 인해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나온 결정이다.

공천권 두고 당내 갈등 우려

당장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1월 20일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하고 유권자 권리를 침해하는 오만한 행위”라는 논평을 냈다. 현직 공직자가 아닌 공천 도전자들은 속으로 시민단체보다 더 규탄하고 있을지 모른다. 당원 경선이든, 여론조사든 어차피 인지도 있는 현직에게 유리한 마당에 이들은 3월 9일까지 자기 이름을 알릴 기회마저 빼앗겼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될 3월 10일 이후에도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패배한 정당은 내부에서 책임을 묻게 되고 대선 후보와 가까운 쪽부터 당내 주도권에서 멀어진다. 지방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긴급하게 지도부 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하고, 지방선거 공천권이 걸린 만큼 당내에서 격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승리한 정당도 마냥 무난하게 지방선거를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나 당내 기반을 넓게, 그리고 오래 다지지 못한 ‘아웃사이더’ 출신이다. 대선 전리품을 두고 당내 이합집산이 새로 일어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난장판이 벌어질 수 있다.

지방선거는 직전 대선에서 이긴 정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2018년 지방선거처럼 일방적인 선거가 되기는 어렵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정권교체를 놓친 분노가 야권을 밀어 올릴 것이다. 정권교체가 일어난다면 최근 전국 선거에서 연승한 민주당 세력이 강력하게 반격할 것이다.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나, 윤 후보 배우자의 허위 경력 논란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대선 이후에도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 역시 지나칠 수 없다. 사법 리스크는 패배한 쪽의 저항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6·1 지방선거가 3·9 대선의 연장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부터가 또다시 기득권 세력 위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 한국 공직선거 중 기초의원선거만 유일하게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해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한다. 그런데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 4인 선거구는 각각 크게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2인 선거구는 거의 자동으로 제1당과 제2당 후보가 1명씩 당선되게끔 유도한다. 해당 기초지자체에 2인 선거구가 많을수록 그 기초의회 구도는 50 대 50 양당제가 되기 쉽다. ‘외나무다리 위 염소 두 마리’처럼 툭하면 극한 대치가 벌어질 수 있고, 어떨 때는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사안도 양당 담합으로 통과되기도 한다.

기초의회, 선거구 3개면 충분


3인 선거구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대 양당이 2석과 1석을 각각 나눠 가지면서 우열이 가려지거나, 3개 정당이 의석을 가져가 의회 구성이 다양해진다. 4인 선거구라면 한 정당이 4석 중 2석을 초과해 가져갈 확률은 낮아지고, 3개 이상 정당이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정당이 과반에 미달하는 지지율로 과반 의석을 가져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여러 정당 중 일부가 사안별로 협상하고 연합해 과반수 찬성을 획득하는 ‘다당제 연합 정치 질서’가 자리 잡을 공산이 커진다.

문제는 시민단체의 요구와 전문가들 견해에 따라 4인 선거구를 그려놓아도 거대 정당(들)이 개입해 이것을 2인 선거구 2개로 쪼개는 일이 지방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은 광역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계획과 광역의회 의결을 통해 이뤄진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광역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 계획안을 전국적으로 합산해보면 2인 선거구 481개, 3인 선거구 437개, 4인 선거구 67개였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2인 선거구 592개, 3인 선거구 415개, 4인 선거구 28개로 나타났다. 4인 선거구 계획이 대거 무산되고 3인 선거구도 계획안보다 줄면서 2인 선거구만 계획보다 늘어난 것이다. 광역의회의 거대 정당 의원들이 기초의원 선거구마저 거대 정당 입맛에 맞게 구성해버렸다. 대선 영향권 아래서 치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작전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도 필자는 근본적인 선거구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현 기초의원 선거구는 너무 작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이 그렇다. 예컨대 서울 신사초가 있는 동네는 은평구 신사2동인데, 길 하나만 건너 신사1동 혹은 응암4동으로 가면 해당 지역 구의회 의원이 바뀐다. 선거구를 잘게 쪼개고 그 선거구에서 소수 인원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는 교통이나 통신이 미발달한 시대의 산물이다. 이제 작은 민원 정도는 주민이 직접 관청에 연락해 해결하는 시대다. 기초의원은 동네 일꾼을 넘어 기초단위 전반에 걸쳐 행정을 감시하고 제도를 입안해야 한다. 한 기초의회에 1~3개 선거구면 충분하다. 선거구당 5인 이상을 선출해 다양한 주민 여론을 담도록 해야 한다.

후보자별 개인 득표에 따라 당락을 가르는 현행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개별 득표만 따지면 각 당은 “몇 명의 후보를 내느냐”로 골머리를 앓는다. 후보를 많이 내자니 표심이 분산돼 다 같이 피해를 볼 것 같고, 적게 내자니 스스로 당선인 수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까 봐 걱정이다. 각 정당의 득표(당 후보자들의 득표 총합)에 비례해 먼저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한 후 그 의석을 두고 당내 후보자별 득표순에 따라 당락을 가르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5호에 실렸습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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